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5-04-17 06:54:17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준이 앞으로 물가와 성장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펴야 할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미 중앙은행의 수장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나온 말이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특히 현재로선 금리를 내리는 등 통화정책 조정을 하지 않고 관망하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1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이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높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우리는 양대 목표가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대 목표란 최대 고용을 이루는 상황에서 물가가 안정된 것을 말한다.
연준은 최대 고용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데 관세는 물가도 올리고 실업률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도구(기준금리 변경)는 같은 시점에 두 개의 목표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며 “관세가 아마 올해 내내 우리를 목표 달성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장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하지 않고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동반 급락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H20 칩을 대중 수출 제한 대상으로 삼았고 파월 의장이 현재로선 시장에 개입할 뜻이 없다는 점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날 다우지수는 699.57포인트(1.73%) 떨어진 3만 9669.39에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20.93포인트(2.24%) 떨어진 5275.70에 마감했다. 나스닥은 516.01포인트(3.07%) 급락한 1만 6307.16에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수출규제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약 7조 8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엔비디아는 장 중 낙폭을 10.47%까지 확대한 뒤 6.87%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분석가는 투자 노트에서 “파월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일 연설과 비교해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다”며 “‘연준 풋’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준풋이란 증시가 급락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