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4-17 10:53:47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재판에 넘겨진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17일 한국독립영화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감독의 무죄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모아 서부지법에 제출했다. 정 감독은 ‘Jam Docu 강정’ ‘논픽션 다이어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진리에게’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영화인이다.
탄원서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성수, 변영주, 장항준, 이명세, 신연식, 부지영, 조현철 감독 등 영화인과 시민 총 2781명이 연명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단체 51곳도 참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정 감독은 당시 불법 계엄 시도와 그에 따른 사회적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며 국회, 언론사 관계자들과 협력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작업 의도는 명확히 소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현장에서 기록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지와 예술가로서의 책무감에 근거해 카메라를 들고 법원으로 향한 것”이라며 “정 감독은 폭도를 찍은 자이지 폭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진실을 남기기 위한 예술가의 행위가 범죄로 취급되지 않도록 정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요청한다”며 “이번 판결이 예술의 자유와 공공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지난 2월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건의 다른 피고인 62명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정 감독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 12월 4일 계엄 해제 당일부터 3개월간 국회의 협조를 받아 탄핵안 국회 본회의 투표를 촬영하고, 이후 서울 여의도·광화문·한남동 탄핵 찬반 집회, 국가인권위원회를 촬영했다. 정 씨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에 공소 취소를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