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퀸비틀호 인수한 팬스타, 국내 노선에 투입할까

부산~후쿠오카 노선 2년간 운항
작년 누수 은폐 혐의로 수사받아
운항 중단 이어 기업 청산 위기
일본 노선 투입 않는 조건 매각
울릉도·제주도 등 운항 가능성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2025-04-20 19:20:00

부산 본사 팬스타라인닷컴이 일본 JR큐슈고속선이 부산~후쿠오카 노선에서 운영하던 퀸비틀호를 매입했다. 퀸비틀호 운항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본사 팬스타라인닷컴이 일본 JR큐슈고속선이 부산~후쿠오카 노선에서 운영하던 퀸비틀호를 매입했다. 퀸비틀호 운항 모습. 부산일보DB

부산과 후쿠오카 노선을 약 2년 운항한 일본 JR큐슈고속선의 퀸비틀호가 부산 본사 해운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에 매각됐다. 해당 선박은 누수 데이터 조작 등 사고 은폐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 수사 당국 수사 대상이 됐고, 결국 선사인 JR큐슈고속선 운명까지 가른 원인이 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퀸비틀호를 일본 노선에 투입하지 않는 것이 매각 조건이라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어 팬스타라인닷컴이 퀸비틀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산에 본사를 둔 팬스타그룹 산하 해운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과, 규슈 지역 철도회사인 JR큐슈 자회사 JR큐슈고속선은 지난 1일 퀸비틀호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박은 5월 중 팬스타 측에 인도 예정이다.

JR큐슈고속선이 호주 조선사에 맡겨 지은 퀸비틀호는 2022년 11월 신규 취항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약 2년간 부산과 후쿠오카를 3시간 40분 만에 연결한 쾌속선이다. 2600t급으로 502명(영업 좌석 448석)을 태울 수 있는 이 배는 동체 3개를 연결한 ‘트라이마란’형으로, 파도에도 흔들림이 적어 운항 중에도 승객이 자유롭게 배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뱃머리 균열 사고로 누수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임시 검사를 받지 않고, 5월까지 국토교통성에 누수가 있었다고 신고하지도 않은 사실이 8월에서야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30일에는 운항 중이던 부산행 퀸비틀호에 바닷물이 새어 들어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당시 배에는 승객과 승무원 340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정부 감사에서 누수 데이터 조작, 누수 센서 위치 조정 등 사고 은폐 사실이 확인돼 지난 8일 이 회사 사장 등 3명이 해고됐고, 후쿠오카 해상보안부는 지난 9일 회사 관계자 8명과 이 회사를 해상운송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당국에 송치했다.

결국 JR큐슈고속선은 올 2월 사업에서 전격 철수했다. 부산~후쿠오카 노선 뱃길을 운영한 지 30년 만이다. JR큐슈고속선은 수사 대응이 마무리되면 기업 청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퀸비틀호를 일본 노선에 투입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팬스타그룹 관계자도 “후쿠오카가 안 되면 쓰시마 항로라도 투입할 수 있지 않느냐고 제안했지만, 상대 측에서 일본 노선에 투입하지 않는 조건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선체를 보강해도 안전 운항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JR큐슈 측 논리였지만, 지역 해운업계는 매뉴얼 기반의 철저한 안전을 내세우는 일본 해운업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배를 한국 선사가 문제 없이 운항하는 모습을 자국에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추정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중고 선박 거래는 대부분 일본 노후 선박을 수입, 일부 개조·정비한 뒤 국내 해양·수산 현장에 활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지은 지 2년 만에 누수 사고를 겪고, 은폐 사실까지 드러나 언론에 대서특필된 ‘흑역사’를 가진 일본 배를 한국에 들여와 수리한 뒤 정상적으로 운용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팬스타 측은 다음 달 퀸비틀호를 인도 받은 뒤 시행할 정비 계획을 세우는 한편 투입할 노선 검토에 들어갔다. 울릉도와 제주도, 남해안 등 국내 노선을 우선으로 수요 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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