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4-22 07:54: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달러화 지위에 대한 의구심까지 커지면서 21일(현지 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안전 자산 수요 증가에 금값은 랠리를 지속했고,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우려 및 공급 확대 가능성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71.82포인트(-2.48%) 떨어진 38,170.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50포인트(-2.36%) 내린 5,158.2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5.55포인트(-2.55%) 내린 15,870.90에 각각 마감했다.
지난 18일 성(聖)금요일(부활절 전 금요일) 휴장 후 4일 만에 개장한 뉴욕증시는 연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되는 압박을 우려하는 시각을 반영했다.
미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상대로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한 게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뜻)이자, 중대 실패자(a major lose)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면서 사퇴 압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매그니피센트7'(M7)로 대변되는 대형 기술주들의 낙폭이 컸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4.5% 하락했고,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5.8% 급락했다. 아마존(-3.1%), 메타(-3.4%) 등 다른 대형 기술주도 3%대 낙폭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은 투자 자금의 미국 자산 이탈과 함께 달러화 약세로 이어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이날 장중 97.9까지 저점을 낮추며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국채 가격은 주가와 동반 하락(국채금리 상승)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41%로, 직전 장 마감 시간인 17일 오후 2시께 대비 8bp(1bp=0.01%포인트) 올랐다. 주가가 하락할 때 안전 자산 선호 심리 확대로 미 중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화 지위에 의구심을 보인 투자자들이 미국채를 매도하면서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화 약세를 초래했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 속에 달러화로 표시되는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금 현물 시세는 이날 장중 온스당 3430달러선으로 고점을 높이며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425.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9% 올라 역시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63.0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60달러(2.4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