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5-05-08 18:18:36
디지털·인공지능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 지역 제조 공장들을 돕기 위해 민관이 나서고 있다. 먼저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가 하면, 인공지능 전환에 필요한 시스템을 가동해 볼 수 있는 연구실도 부산에 마련됐다.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공동으로 추진한 ‘부산 AX(인공지능 전환)랩’이 지난달 29일 해운대구 우동 부산정보산업진흥원 5층에 문을 열었다. 기존의 디지털 전환(DX)이 공정 자동화와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AX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시간 의사결정과 최적화된 운영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 대부분의 제조 공장들이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많은 기업이 어느 단계에서 AX를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도 잡지 못하고 있다.
AX랩에서는 AX를 희망하는 제조 기업들이 컨설턴트를 통해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진흥원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AX랩을 운영하기 위해 현재 컨설턴트를 꾸리는 중이다. 컨설턴트는 기존의 IT기업을 비롯해 학계에서도 참여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과학기술통신부의 ‘AI융합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AX랩 운영은 약 87억 원의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운영된다. 진흥원 관계자는 “대형기업들은 자체 IT밴더나 IT팀이 구성돼 있지만, 영세한 제조 공장들은 이러한 기반이 부족하다”며 “특히 DX·AX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곳들이 많아 도입 초기부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성능 GPU도 구축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많이 모아 모델을 돌릴수록 좋은 값이 나온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데이터를 돌릴 수 있는 설비가 중요한데, 이 부분을 지원하고자 서버 전산 장비를 구축해 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 공장 도입 기업 중 76%가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제조 AI’를 도입한 기업은 0.1%에 그쳤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이미 DX·AX에 성공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DX·AX를 지원하는 선순환 사례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포스코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을 통해 2019년부터 6년간 중소기업 460개사의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부산 기업 28곳도 지원을 받았다.
올해도 6곳의 중소기업을 선발해 ‘고도화’ 수준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포스코와 거래 관계가 없는 기업도 신청 가능하며, 참여기업은 총 사업비 4억 원 이내의 경우 업체당 최대 2억 4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해당 지원 사업에서는 스마트공장 구축뿐만 포스코가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 포스코의 동반성장지원단은 평균 25년 이상의 경력과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로 구성된 중소기업 지원 전문조직으로, 중소기업 현장에서 직접 취약 영역을 진단해 밀착 컨설팅을 지원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이 수많은 시행착오로 축적해 온 제조혁신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