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5-21 18:28:54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일대에 조성 중인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이하 센텀2지구)에는 ‘부산형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이 한데 모여 혁신을 위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동력으로 도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부산일보〉는 영국과 핀란드 등 해외 산학연 클러스터의 성공 비결을 접목시키기 위해 해외 사례를 둘러봤다. 영국의 ‘이노베이트 케임브리지’와 핀란드의 ‘엔터 에스포’는 센텀2지구의 롤모델로 손꼽힌다. 산학연은 물론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업하는 이들 기관은 혁신 생태계 조성과 기업·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아낌 없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런던 북쪽의 도시 케임브리지 사례를 본받을 만하다. 세계적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 다수는 지역 내 연구단지이자 산학연 클러스터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로 유입된다. 그 결과,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는 1500개 넘는 기술 집약형 기업이 입주, 영국의 실리콘밸리가 됐다.
명문대 덕에 산학연 클러스터가 조성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케임브리지 지방 정부는 혁신 생태계를 발돋움시키기 위해 2020년 이노베이트 케임브리지를 설립했다. 이 기관은 산학연은 물론 지자체와 긴밀히 협업하며 각 주체가 필요로 하는 곳에 자본이나 인력을 매칭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영국 최고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반도체 기업인 ARM홀딩스 등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연구개발에 열을 올린다. 부산에 산재한 여러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고, 국내외 앵커 기업의 연구 시설 등을 유치해야만 하는 센텀2지구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노베이트 케임브리지 캐서린 채프먼 대표이사는 “대학의 위상에만 기대서는 ‘뉴노멀’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중앙·지방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새로운 연구단지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기술 허브를 구축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자체의 꾸준한 지원이 있으면 부산에서도 이 같은 생태계를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의 몰락 이후 핀란드는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강소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해 노키아의 빈자리를 채웠다. 노키아 본사는 수도 헬싱키의 위성도시인 에스포에 있다. 노키아의 실패에도 에스포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북유럽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떠올랐다. 전통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신산업을 찾고 있는 부산의 상황과 꼭 닮아있다.
이런 성공에는 에스포시가 2010년 설립한 스타트업 혁신 촉진기관 엔터 에스포가 있었다. 엔터 에스포는 지역 대학과 기업을 매칭해 산학 협력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창업 중심 대학인 알토대는 스타트업에 인재와 기술을 공급했다. 그 결과 에스포는 유럽에서 특허 출원이 6번째로 많은 도시에 등극했다. 센텀2지구가 꿈꾸는 청사진과 일치한다.
에스포시의 비즈니스 담당자인 마리카 로스테드는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며 “지자체가 기업을 규제하고 기존의 틀에 가두려고 하면 안 되고, 무엇이든 나서서 적극 도와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인재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어 도시를 떠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영국)·에스포(핀란드)/
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