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30살 BIFF 또 인사 잡음… "소통 없이 성공 없다"

프로그래머 비공개 특채 추진
자격 문제 등 내부 갈등 촉발
조직 구성·운영 능력 부족 노출

외부 우려를 '간섭'으로 인식
지역 사회 목소리도 영화제 자산
"공감대 형성 노력" 새겨들어야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5-20 20:30:00

지난달 29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왼쪽부터)가 올해 9월 17일 개막하는 30주년 영화제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달 29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왼쪽부터)가 올해 9월 17일 개막하는 30주년 영화제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30주년 기념 로고. 30주년 기념 로고.

출범 3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조직 슬림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실상은 프로그래머 인력을 충원하려다 규정 위반 등 인사 잡음에 휩싸여 채용을 중단한 사실이 드러났다. BIFF가 대외적으로는 혁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 인사’로 내부 갈등을 빚는 등 조직 운영에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소통 의심받는 인사 잡음

BIFF는 2년 전 인사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르며 혁신위원회를 통한 쇄신과 개혁을 다짐했다. 당시 사태의 원인을 밀실 행정과 인사 전횡 등 소통 없는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BIFF는 지난해 박광수 이사장 취임에 이어 올 3월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임명되며 인사 공백을 딛고 2년 만에 새 진용을 갖췄다. 그 사이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핵심 프로그래머 2명이 영화제를 떠났다. 한국영화 프로그래밍을 전담하던 정한석 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이 되면서 아홉 명이던 프로그래머가 여섯 명으로 줄게 됐다.

BIFF는 이를 자연스러운 ‘조직 슬림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광수 이사장은 “칸영화제 등 다른 국제영화제보다 부산의 상근 직원이 훨씬 많다”며 정 집행위원장이 한국 영화 프로그래밍까지 겸하는 방식으로 올해 영화제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집행위원장 역시 “공채로 프로그래머를 뽑는다면 6월에나 일을 시작할 수 있어 시기적으로 늦는다”며 “영화 선정위원회 운영을 유기체처럼 변경해 (현재 인원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기자간담회를 앞둔 지난달 초 신규 채용을 추진하다 잡음이 나자 채용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시 집행위원장이 추천한 특정 인사를 프로그래머로 비공개 채용하려다 규정 위반, 해당 인사에 대한 자격 문제 등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 △프로그래머 채용 규정 이해 부족 △사무국과 집행위 간 소통 부족 △파벌 갈등 등 묵은 상처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지역 영화계에까지 퍼지며 우려를 낳았다. 한 지역 영화인은 “결과적으로 당장 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한 셈인데, 스스로 실기를 하고도 시간 부족 탓을 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며 “이사장 취임 2년 차인데도 조직 구성이나 운영 면에서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사회와 소통 노력 아쉬워

1996년 출범한 BIFF는 29년 전통을 쌓는 동안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하며 한류 확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은 ‘영화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되는 등 영화제가 지역 사회에 기여한 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걸어온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년 전 집행부 집단 사퇴는 물론이고, 2014년 다이빙벨 사태를 겪으며 사분오열의 난맥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지역 사회, 특히 영화계가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에 나서며 영화제를 지켜온 것 또한 사실이다. BIFF는 부산의 자랑이자 동시에 부산의 자산인 셈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BIFF에 대한 지역의 관심과 우려를 단순히 ‘간섭’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채용 논란에 대한 수뇌부의 인식은 ‘별것도 아닌 일을 부풀려 말하는 것’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광수 이사장은 내부 소통 부족과 갈등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별거 아닌 내부 일이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 “밖에서 (괜한 걸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외부 탓을 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역 사회의 인식은 이와는 큰 차이가 있다. BIFF 역사를 잘 아는 한 학계 인사는 “지역 영화계가 BIFF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그런 인식이 밑바탕이 돼야 BIFF가 어려울 때 지역이 함께 나서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영화계 인사도 “BIFF 내부 얘기가 지역에 퍼지는 건 그만큼 사랑과 관심이 크기 때문”이라며 “BIFF는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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