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데’로 선전하자 ‘당근’으로 웃돈 암표 기승, 단속은 무방비

롯데 선전에 표 구하기 경쟁 치열
당근 등서 웃돈 붙여 양도 표 팔아
인기 좌석 정가 3배에 거래되기도
구단·경찰 단속 실효성 떨어져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2025-05-20 18:07:03

20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 암표 근절을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20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 암표 근절을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올해 프로야구 부산 롯데 자이언츠가 2위를 달리는 등 선전하자 홈구장인 사직야구장 입장권 암표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웃돈을 받은 뒤 구단 공식 예매 앱으로 다른 사람에게 손쉽게 입장권을 전달할 수 있어 예매 시스템이 암표 거래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롯데’를 검색하자 20일~22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3연전 경기 입장권을 판매하는 글 수십 건이 떴다. 20일 경기의 정가 2만 6000원인 내야 상단석 2석을 8만 원에 올린 글부터 중앙테이블 2자리를 19만 원에 올린다는 매물도 있었다. 테이블석의 정가는 5만 5000원이다.

과거 암표 거래가 사직야구장 앞에서 대면으로 이뤄졌다면 최근 암표 거래 대부분은 온라인상에서 모바일로 이뤄진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서 거래 상대를 물색한 뒤 구단이 운영하는 공식 앱의 ‘선물하기’ 기능을 활용하면 예매한 티켓을 제3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입장 단계에서 본인 확인 등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어 적발될 염려도 없다.

최근 당근마켓에서 지난 주말에 열린 경기의 암를 구입한 한 모(부산 동래구·29) 씨는 “연인과 데이트를 계획했는데 웃돈을 두 배로 내서라도 표를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이번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 평균 관중 수는 1만 9580명이다. 지난해 1만 7860명보다 10%가량 높다. 특히 지난달 24일부터 10경기 연속으로 사직야구장의 2만 2669석이 전부 매진됐다.

암표가 시즌 개막 이후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과 구단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사직야구장에서 적발된 암표는 1건이다. 지난해 단속 건수도 4건에 불과하다. 경찰은 '현장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모바일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현장 단속은 무의미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암표 거래가 현장에서 적발되면 경범죄 위반으로 범칙금 12만 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이뤄지는 양도 표 거래를 현장의 경찰이 적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식 예매 과정에서 안내되는 ‘프로스포츠 암표 근절 이용 약관’에 따르면 암표에 대한 예매 취소나 압류 조처가 가능하지만 적발이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사실상 사문화 됐다.

롯데 측은 최근 매크로(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예매를 진행하는 것) 등을 활용한 부정 예매가 불가능하도록 했지만 암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암표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부 허위 매물을 통한 사기 범죄 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는 “대량 예매 방지 등 일부 효과가 있었지만 선물하기 기능을 악용한 양도 표 거래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암표 근절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20일 열리는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좌석이 정가의 3배가량 높게 팔리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 캡쳐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20일 열리는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좌석이 정가의 3배가량 높게 팔리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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