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05-30 17:02:58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통령 후보가 30일 부산을 찾아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불평등을 넘어 차별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에 대해선 전면 재검토를 주장해, 수도권과 지역 간 불평등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후보는 30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순한 정권 교체만으로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는 박근혜 탄핵 이후의 실패를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후보는 저뿐이다”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대선 후보들 가운데 노동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말하는 후보로 평가받는다.
이어 권 후보는 “부산은 작년에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인구소멸위험 단계에 들어섰고, 고용률도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이며, 중소 제조업과 영세자영업도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역 토건 세력과 정치인 등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가덕 신공항 문제, 지하철 공사와 관련된 부실에 따른 땅 꺼짐 사고 등이 부산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이나 각종 금융투자 등의 불로소득이 아니라,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실제 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세 및 재정정책을 실시하여 지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고준위특별법은 부산을 핵 무덤으로 만드는 법이라고 비판하며 탈핵 공약을 강조했다. 노후 핵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해 부산에 쌓이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 태종대 다누비열차와 부산글로벌빌리지 사례를 언급하며 간접고용 비정규직 고용승계 문제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권 후보는 가덕신공항 건설이 생태계 파괴와 경제성, 정치적인 논란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해, 지역 사회와 이견을 보였다. 권 후보는 “신공항 사업이 부산시민을 위한 일인 것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단순히 개발하게 되면 지역 경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정치적인 주장을 가지고 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덕신공항을 환경의 문제나 생태의 문제 그리고 경제성의 문제 등 전체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덕신공항은 정치 논리와 별개로 2002년 중국 민항기 돗대산 충돌 사고 이후 동남권에서 30년간 요구한 숙원 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는 900만 가까이 됐으며 인천에 이어 2번째로 이용객이 많았다. 김해공항 국제선 탑승을 위해선 출발 몇 시간 전부터 공항 밖까지 긴 줄을 서야 한다. 동남권 시민들은 김해공항에서 불편을 감수하거나 국제선 이용을 위해 인천공항까지 하루 전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김해공항은 포화 상태를 넘었고 그만큼 항공 수요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가덕신공항 건설은 동남권 산업과 깊이 연관돼 있다. 가덕신공항과 부산신항, 경부고속철도 연결로 트라이포트 물류 네트워크 구축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산업군과 지역 소멸을 막자는 것이다. 김해공항은 도심에 인접해 밤에 이착륙이 금지되는 ‘커퓨타임’이 있어 화물기가 뜰 수 없다. 여기에 돗대산 사고 이후 안전성 문제도 있어 김해공항 확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지역에선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가덕신공항 건설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수도권 초집중과 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선 부울경 광역벨트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해양복합물류 중심지가 핵심”이라며 “소위 말하는 트라이포트, 철도와 항만, 공항이 함께 어우러져야 실현 가능하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생존의 문제이며 대한민국 인구 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