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5-29 13:34:18
SK텔레콤이 ‘가입자 지키기’ 행보에 나서면서 통신 3사가 ‘지원금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7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공식 폐지될 예정이어서 지원금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통신 3사는 최근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을 인상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신 단말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나 애플 아이폰16에 대한 각 통신사의 공시 지원금은 최대 70만 원까지 올라갔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O통신사로 번호이동, 10만 원 이상 요금제에 S25+ 256기가 기기값 0원”이었다는 후기 등이 올라왔다. 10만 원 이상 요금제로 기기값이 “마이너스 20만 원에서 시작했는데 부가서비스 추가요금을 내고 나니 최종 마이너스 10만 원”이라는 후기도 나왔다. S25 자급제 단말기 가격이 100만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통법이 제한하는 공시지원금을 넘어서는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통신 3사의 지원금 경쟁은 SK텔레콤의 해킹 사태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4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이탈한 SK텔레콤이 ‘방어’ 차원에서 지원금 상향 조정에 나섰고 경쟁사들도 지원금을 높이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이와 관련 “지원금을 상향한 것은 기기변경 고객을 관리하고 이탈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쟁사가 판매장려금을 상향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영업을 위한 방어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경우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영업이 정지돼 대리점에서는 가입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통신 3사 가입자를 모두 모집하는 일반 판매점에서는 SK텔레콤 신규 가입자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이 현재 기존 가입자 유심 교체에 집중하고 있어 신규 가입자는 이심(e-SIM)으로 가입 등록을 하고 있다. 영업 재개를 위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 김희섭 PR센터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신규 영업을 못하는) 소상공인 고통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영업 재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 교체 작업을 서두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의 가입자에 대해 차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현재 단통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단통법이 오는 7월 폐지될 예정이어서 관계 당국이 단통법 위반에 대한 단속을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7월 이후에는 지원금 경쟁이 보다 심화될 전망이어서 소비자로서는 혜택이 커질 수 있다.
SK텔레콤 해킹 사태 전까지 ‘단통법 폐지’에 따른 지원금 경쟁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통신 3사가 가입자 유치 경쟁에 현금을 써도 결국 ‘제로섬 게임’으로 비용만 늘어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해킹 사태로 통신 업계의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경쟁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지원금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SK텔레콤도 밀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이후 ‘신규 영업 정지’ 조치로 아껴둔 마케팅 비용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텔레콤에 대해 “매출 감소 효과가 마케팅비용 감소로 상쇄될 것이라 영업이익 측면에서 보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7월 이후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 활동을 펼쳐 점유율을 다시 올리는 과정이 나타난다면 올해 마케팅비용은 작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이동전화 매출액 감소 폭은 1% 미만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