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6-04 11:16:33
제21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강화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등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기후에너지부'가 새로 신설될 예정인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 중심을 두되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탈원전·친원전 정책으로 냉·온탕을 오가며 운명이 엇갈렸던 원전 정책은 원전 수출 드라이브와 합리적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현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대통령은 정책 공약집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RE100 실현'을 에너지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복합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구조적 해법으로 정부 부처 개편을 통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기후에너지부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연계한 기후·에너지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제20대 대선부터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언급해 온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문을 떼어 한데 모으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후 위기에 따른 에너지·산업 전환 문제는 환경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환경은 규제 중심으로, 에너지는 산업 지원 중심으로 가다 보니 (정책이) 충돌한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산업·에너지·통상 정책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부문을 떼어내면 산업 부문과 에너지 부문이 괴리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고 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기후에너지부 출범 문제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처 개편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의 보급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산업단지 및 일반 건물, 주차장 등에 루프톱 태양광을 확대하고, 수명이 다한 태양광 설비의 업그레이드(리파워링)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건물 외장재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더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을 통해 도심 속 분산 전원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처럼 생활 곳곳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새만금, 경기 남동부, 전남 등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기 남동부에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전남에 RE100 산단도 조기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햇빛연금'(태양광), '바람연금'(풍력) 등 이익 공유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발굴해 주민소득을 증가시키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탄소중립 산업법을 제정해 전기차,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한다.
2040년 완공 목표로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해 전국에 해상망을 구축함으로써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잇고, 동해안 해상풍력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후보는 공약집 등에서 원전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담지 않았다.
다만, 대선 캠페인과 TV 토론 등에서 "원전, 재생에너지, 다른 에너지가 모두 복합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고 밝히며 '탈원전'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꾀하면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과 원전 생태계 복원의 필요성 등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수준의 에너지 믹스를 가져가는 실용 노선을 걷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공급하고 합리적으로 에너지 믹스를 추구하겠다는 방향 등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현재 계절에 따라 태양광이 과잉 공급되는 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공약에 원전 관련 언급이 없었지만, 올해 초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 2기 건설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국가적 논란을 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