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6-04 16:35:59
부산 동구 초량로 낭만시간연구소가 지난달 24일부터 열고 있는 개관 1주년 기념 변대용 개인전 ‘당신이 몰랐던 변대용’은 우리가 잘 아는 그의 모습(작품)뿐 아니라 ‘새로운 변대용’도 만날 수 있다. ‘완벽히 매끄러운’ 변대용에서 ‘조금은 망설이고 흔들리는’ 변대용까지, 그사이의 변화가 느껴진다. 대안공간과 상업 화랑 중간쯤에 있는, 주택을 개조한 신생 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을 만난 건 의외였다.
“대표가 제 제자이기도 하고요. 사람이 좋으면, 저는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작가가 부담을 덜 느끼면서 뭔가 시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새로운 공간을 응원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낭만시간연구소는 부산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지금은 환경 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는 김민서 대표와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여수현 수석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전시 공간이다.
변대용은 2007년 이후로는 거의 매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부터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백곰’ 시리즈에 조금 더 집중했다. 백곰이라는 동물의 외양을 가지고 있어도, 실상은 인간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이다.
그에게 어느 날 ‘번아웃’이 찾아왔다. 잠깐이지만 작업을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재미있게 작업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도 시도해 봐야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여는 개인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대용은 재작년 스승의날에 은사인 김정명 명예교수를 찾아뵈었을 때 이야기를 꺼냈다. “여든을 바라보는 선생님 연세에도 당신의 작업을 설명하시면서 눈을 반짝반짝하는데 감동이었어요. 그때 받은 영감으로 ‘반짝이는 눈’ 시리즈가 시작됐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제 방식대로 풀어본 거죠.”
또 다른 작품 앞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공황 비슷한 느낌이 왔어요. 너무 바빠지니까 작업이 즐겁지도 않고, 돈을 벌어도 신이 안 났어요. 이러려고 작업하는 게 아니다 싶은 게…. 그러다 어느 날 수평선과 구름을 보는 데 마음이 진정된다고 할까요. 가로로 넓은 이런 것들이 사람을 평온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수평선을 바라보는 얼굴 작업을 하게 됐어요.”
이번 전시에선 드로잉 중심의 스케치 신작도 여러 편 선보인다.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미래소년 코난 등 작가가 유년 시절 사랑했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이번 작업은 과정의 흔적, 지우지 않은 선, 연필 질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라이프 시리즈로 레몬과 한라봉 과일 작업도 공개했다. 변대용의 시그니처인 ‘매끈한 질감’ 대신 우툴두툴한 질감에다 무광을 선택한 게 색다르다.
이번 전시는 오는 8일까지 열리지만, 오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추가 전시도 예정돼 있다. 부산대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한 변대용의 작업실은 현재 경남 김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