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6-04 18:17:53
60대 이상 건설 기술인 숫자가 처음으로 40대보다 많아졌다. 8년 뒤에는 건설업 종사자 중 20대 비율이 1%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시됐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현장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 외국인 숙련공 수급을 지원하고 이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전체 건설 기술인 103만 5724명 중 60대 이상은 26.8%인 27만 743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0대 인력인 25만 8143명보다 2만 명 가까이 많은 숫자다. 2020년만 해도 40대(29만 9572명)가 60대 이상(14만 7873명)보다 2배가량 많았는데 5년 만에 통계가 뒤집혔다.
건설 기술인은 건축·토목·기계·전기 등을 전공했거나 각종 건설 관련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자격이나 경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건설업과 관련 학과가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전문 기술을 갖춘 젊은 숙련공들은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은 8년 뒤인 2033년에는 20대 건설 기술인이 0.6%, 30대가 3.6%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전반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데 지역 건설 현장의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젊은 인재가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이나 동남아, 러시아 등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우고는 있지만 힘에 부친다.
부산의 한 설비업체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의존율이 매년 커지고 있는데 소통이 어렵고 근무 안정성도 낮은 편”이라며 “이런 외국인 근로자마저 없으면 현장 돌리는 걸 아예 포기해야 한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어렵다면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많이 수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숙련공 수급을 위해 체류 자격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광배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 특정활동 일반기능인력(E-7-3) 도입방안’ 보고서에서 “외국 인력은 건설업의 노동 공급 부족을 해소할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짚었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제도로는 고용허가제(E-9)가 있지만 3년 단기 체류 원칙에 단순노무만 가능해 숙련공 부족 해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전문인력 활용과 체류 기간 갱신이 가능한 특정활동(E-7) 중 현장 숙련공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반기능인력(E-7-3)을 건설업종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선업 인력난을 겪는 울산시가 해외 현지에서 외국인 숙련 근로자를 양성해 울산 지역 기업들이 채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울산형 광역비자’를 도입했는데, 이 제도에 활용되는 비자가 E-7-3이다. 현재 E-7-3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은 9개로 동물사육사, 양식기술자, 할랄도축원, 악기 제조 및 조율사, 조선용접공, 선박 전기원, 선박 도장공, 항공기 정비원, 항공기(부품) 제조원에 해당한다.
E-7-3은 고용센터를 통해 무작위로 배정되는 E-9와 달리 사용자가 경력, 자격 조건 등을 검토한 뒤 선발하는 체류 자격이므로 높은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다. 아울러 체류 기한 갱신과 가족 동반이 허용되는 자격이어서 건설 현장 불법체류 외국인 활용을 줄이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골조공사에 참여하는 주요 직종인 형틀목공, 철근공, 콘크리트 타설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이들 직종은 내국인 근로자 평균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아 고령자 은퇴가 지속되면 인력 수급 불균형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