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론 힘 못 쓴 ‘보수 텃밭’ 18개 시군 중 16곳 ‘국힘’ 선택…21대 대선 경남 득표율 분석

이재명 경남 득표율 ‘39.4%’
김문수 후보에 12.59%P 뒤져
‘사법 리스크’ ‘보수 결집’ 영향
중도층 일부 ‘제3지대’ 선택에
국힘 득표율도 20대보다 내려
김해·거제에서 선전한 민주당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에 ‘위안’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2025-06-04 18:27:41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중학교 1층 체육관에 마련된 월영동 제4·5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중학교 1층 체육관에 마련된 월영동 제4·5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유권자들은 계엄 사태에 이어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수’에 손을 들었다. 예부터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와 함께 ‘이재명 리스크’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으로 정권교체론이 힘을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대통령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남에서 85만1733표를 받으며 득표율 39.4%를 기록했다. 이는 112만 3843표를 얻어 득표율 51.99%를 차지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보다 12.59%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대통령이 탄핵 당하며 치러진 이번 대선의 배경을 고려하면 민주당으로선 아쉬운 성적표다. 애초 민주당은 경남 득표율이 직전 대선(37.38)에 비해 5% 이상 더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2% 정도 오르는 것에 그쳤다. 과거 비슷한 탄핵 정국에 열렸던 제19대 대선 당시 0.51%P 차로 초박빙 승부를 겨뤘던 전례와 사뭇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사법 리스크가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등 모두 5건의 형사 재판에 연루돼 있다. 이를 약점 삼아 상대 후보들은 선거 활동 내내 이 대통령의 자질 문제를 공격해 왔다. 선거가 혼탁해지자 결국 중도층이 이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대안으로 김 후보를 모두 택하지도 않았다. 지난 20대 대선 때 국민의힘은 58.24%의 지지율을 얻었으나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으로 추정되는 7% 정도가 이탈, 제3지대인 개혁신당 이준석(7.47%)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경남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만큼 18개 시군 중 16개 시군에서 김 후보를 많이 찍었다. 산업단지 등이 밀집해 청년 표가 많은 경남 동부에서 민심이 갈렸다. 하지만 고령 인구가 많은 서부에선 일방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진보 세력이 강한 김해와 거제에서만 이 대통령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는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지역 진보의 성지이자, 국회의원 2명 모두 민주당 소속인 지역이다. 거제는 최근 시장 재선거를 통해 민주당계 시장을 다시 뽑은 곳이다. 그 외 창원 성산·진해와 양산에서 양당이 경합을 벌였으나 2~8%P 한 자릿수 차로 승패가 갈렸다. 반면 합천·거창·산청·창녕·의령 등 농촌에서는 곱절 이상 득표율이 벌어지며 국민의힘이 압도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마의 40%’를 넘진 못했지만,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위안 삼고 있다. 경남도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선거를 통해 경남이 더 이상 보수의 텃밭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민주 정신이 살아있는 부마민주항쟁과 3·15의거의 후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별도로 내지 않았다. 경남에선 이번 선거에 ‘막판 보수 결집’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조재욱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 경남에서 보수 진영이 괴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보수가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 중에서도 여전히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비호감 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이들 표가 이준석 후보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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