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음식으로 만나는 인간의 다양한 면면

■2025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상영작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5-06-06 07:00:00

‘2025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에서 상영되는 총 10편의 음식 영화를 제작 연도, 나라 별로 소개한다.


1.쌀국수의 맛(2019/폴란드, 독일)=바르샤바에 사는 베트남 요리사의 딸은 아빠가 매일 정성스럽게 싸 주는 베트남 음식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데…. 타국에 살면서도 정체성과 가족을 지켜내려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베트남 이민자 부녀간 세대 갈등을 쌀국수를 통해 따뜻하게 풀어냈다. 면 요리를 하는 노동자의 삶과 유대감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라는 평가도 받는다. 2019년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음식 영화 부문에서 처음 상영됐다. BFFF 황교익 프로그래머는 “인간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사색하게 만드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2.극장판 ‘아오바의 식탁’(2021/일본)=여름방학을 맞아 열일곱 소녀 유코가 엄마 친구 하루코의 집 ‘아오바 하우스’에서 머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섬세하게 그렸다. 유코는 ‘아오바 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으면서 점차 가까워지고, 각자의 고민과 비밀을 공유하며 특별한 여름을 보낸다. 식탁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관계와 성장을 따뜻하게 보여 준다. 밝은 분위기 속에 나오는 정갈한 음식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영화는 “너무 애쓰지 마라”고 은근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3.델타 보이즈(2016/한국)=돈도, 열정도, 특별한 능력도 없는 네 명의 남자들이 남성 사중창단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팀을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단돈 250만 원의 제작비에 단 9회차 촬영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시나리오 없이 상황만 제시하고,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삼겹살, 햄버거, 라면 등 평범한 먹거리가 자주 등장해 이들의 어려움과 꿈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라멘덕후(2017/일본)=일본 라멘의 제왕 오사무 도미타가 라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완벽한 국물과 면을 만들어 내기 위한 강박적인 조리 과정, 최고의 재료를 찾기 위한 여정이 여과 없이 공개된다. 이 영화는 오사무의 가게 외에도 고유의 철학과 풍미를 자랑하는 주목할 만한 일본 라멘 가게 5곳을 소개한다. 일본 최고의 라멘 장인들과 동행한 15개월의 기록이다. 라멘의 기원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독특하고 매력적인 라멘 문화를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5.심야식당 2(2016/일본)=음식을 통해 각자의 사연을 풀고 서로를 위로하는 이야기다. 이번 영화에는 음식 관련한 세 개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첫 번째 요리, 불고기 정식. 장례식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가 범죄자임이 밝혀지자 노리코는 도쿄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두 번째 요리, 볶음 우동과 소바. 소바집 여주인과 그녀의 아들 각자의 입장에서 자립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세 번째 요리,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보이스 피싱 사기로 도쿄까지 오게 된 할머니를 심야식당 손님들이 모두 나서서 자기 일처럼 열심히 도와준다.



6.아버지의 마라탕(2019/홍콩, 중국)=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이복자매 세 명이 처음 만나게 된다. 이들이 아버지가 남긴 마라탕 식당을 함께 운영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홍콩, 대만, 중국이라는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세 자매의 만남과 화합을 통해 보편적인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마라탕 가게는 세 자매에게 아버지의 사랑과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작품이다.


7.아루나의 미각(2018/인도네시아)=역학자이자 음식에 관심이 많은 여성 아루나가 조류독감 조사를 위해 인도네시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업무상 출장에 절친들이 합류하면서 흥미진진한 전국 맛집 탐방 여행으로 탈바꿈한다. 이들이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요리를 즐기는 가운데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2019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음식 영화 부문에서 상영되었다.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면 요리를 만날 수 있다.


8.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2025/일본)=옛 연인의 딸에게 연락을 받고 파리에 도착한 고로 씨는 어린 시절 먹었던 국물을 꼭 다시 맛보고 싶다는 노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는 국물의 정체를 찾아나섰다 폭풍을 만나 한국의 이름 모를 섬으로 떠밀려와 불법 입국 소동까지 겪는다. 험난한 모험 속에서도 우연히 만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점차 궁극의 국물에 도달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일본의 외딴섬, 한국 거제도를 찍고, 다시 일본 도쿄까지 맛있는 모험이 펼쳐진다.


9.보통의 가족(2022/한국)=해외에서 여러 차례 만들어진 ‘더 디너(2017/미국)’의 한국판 리메이크 영화다. 편안한 삶을 살던 두 형제 부부는 어느 날 자녀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가 담긴 CCTV 영상을 보면서 위기를 맞는다. 영화 속 세 번의 식사 장면은 긴장과 갈등이 점차 고조되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이 영화는 식욕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본능적인 측면을 드러냈다. 허진호 감독은 식사 장면을 ‘심리적인 액션 ’이라고 표현했다.


10.코마다 위스키 패밀리(2023/일본)=위스키를 소재로 한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젊은 여성인 코마다 루이가 증류소를 물려받는다. 그녀가 재해로 인해 생산이 중단된 환상의 위스키 'KOMA'를 부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를 통해 위스키 제조 과정과 숙성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47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 콩트르샹 부문에 진출했다. 가족 드라마나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호하는 관객도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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