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1년' 고려아연·영풍, 경영 실적 갈렸다

고려아연, 102분기 연속 흑자
영풍, 3년 연속 적자 늪 빠져
MBK, 홈플러스 부실 등 논란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2025-09-08 18:14:45

고려아연의 최대 사업장인 울산 온산제련소. 부산일보DB 고려아연의 최대 사업장인 울산 온산제련소. 부산일보DB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현 경영진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분쟁이 1년을 맞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3일 고려아연과 75년간 동업 관계였던 영풍이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 분쟁의 시작이다.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성공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고려아연의 최대 사업장인 울산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부울경 지역사회의 불안감도 크다. 현재 울산 온산제련소에 3000여 명의 노동자와 100여 개의 협력업체가 일하며 부울경 지역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원료 공동구매와 영업 공동판매 등 오랜 시간 동행했지만 점차 기업 성장의 격차가 벌어졌다. 고려아연이 기술고도화에 집중하며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영풍은 연이은 신사업 실패와 석포제련소의 환경문제와 중대재해 사고 등 잡음이 이어졌다.

분쟁 시작 이후 최근 실적에서도 양측의 차이는 뚜렷하다. 고려아연은 200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02분기 연속 흑자는 국내 대기업 중 고려아연을 비롯해 KT&G, SK텔레콤, 현대모비스 등 8곳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의 안정적인 실적은 아연·구리 등 기초금속 역량과 함께 귀금속·전략광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최근에는 탈중국 전략광물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다. 지난 6월 전략광물인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반면 영풍의 실적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영풍은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풍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5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431억 원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3배 이상 불어났다.

영풍과 손을 잡은 MBK도 마찬가지다. MBK가 대주주인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받고 있고, 롯데카드는 해킹 사고로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 인수 직전인 2014년 2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우량기업이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602억 원, 19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이후 부산에서만 홈플러스 4개 지점이 문을 닫았고, 11월에 부산 장림점이, 12월 부산 감만점이 폐점한다. 3월에는 부울경 21개 점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온산제련소 직원 상당수가 울산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에 거주하며 생활권을 공유한다”며 “고려아연의 문제는 부울경 전체에 영향을 준다. 경영권 분쟁의 조기 진화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