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수풍정과 곡성군 우물은행

2026-01-26 08:53:57

※초 단위로 뉴스·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허위 왜곡 콘텐츠’도 횡행합니다. 어지럽고 어렵고 갑갑한 세상. 동양 최고 고전인 ‘주역’으로 한 주를 여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주역을 시로 풀어낸 김재형 선생이 한 주의 ‘일용할 통찰’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랫동안 가난을 옷처럼 입고 살아서 가난에서 오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압니다.

자발적 가난이라는 가치 속에서 사는 경우는 내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가난 안에 들어있는 정신적 풍요를 경험할 수 있지만, 우리 삶을 옥죄는 가난 앞에 서면 몸과 마음의 자유를 잃게 됩니다.

전남 곡성군 이화서원에는 ‘우물은행’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금을 모아 대출을 하고 상환을 권유하는 일을 합니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잘되면 가난한 이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지만 모금·대출·상환 어느 한 부분도 쉽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분들을 잘 판단해야 하고, 대출 상환을 늘 권해야 합니다.


주역 48번 수풍정(水風井)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오랫동안 인류는 우물을 중심에 두고 마을을 만들어 왔습니다. 우물물은 마을의 중심이고 누구나 오고 가며 그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우물물은 누가 먹는다고 해서 더 줄어들지도 않고, 안 먹고 놔둔다고 해서 더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극심한 가뭄이 아니라면 우물물은 누구에게나 열린 보편적인 복지입니다.

그러나 우물물은 대부분 깊은 지하에서 나오고 우물물을 먹기 위해서는 두레박이 필요합니다. 잘 관리된 우물은 두레박이 튼튼하고, 힘들이지 않고 당길 수 있습니다.


우물의 이런 상징을 우물은행에 담아서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대출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기금의 한계, 대출받는 분들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함, 마음은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 상환을 쉽게 할 수 없는 조건 이런 어려움이 겹치면서 우물은행의 물은 늘 마르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마음에서 불안이 올라오는데, 이럴 때마다 기도하게 됩니다. 우리가 우리 서로를 돕고 보살필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 영혼에 대해 생각합니다. 영혼은 힘이 있어서 지금 내 삶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 누군가 귀 기울이고 마음이 움직입니다. 우물은행은 영혼의 힘을 믿는 은행입니다.


井 改邑 不改井 无喪无得 往來井井. 汔至 亦未繘井 羸其甁 凶.

정 개읍 불개정 무상무득 왕래정정. 흘지 역미율정 이기병 흉.


마을 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우물, 마을을 옮길 수 있다고 해도 우물을 옮길 수는 없다. 우물물은 오며 가며 누구나 먹더라도 줄어들지도 않고 늘어나지도 않는다. 물을 길어 올리려는 데 두레박줄이 짧아서 길을 수 없었다. 줄이 짧아 물을 긷지 못하고 들어 올리다 두레박이 벽에 부딪쳐 깨져버렸다.


彖曰 巽乎水而上水 井 井 養而不窮也. 改邑不改井 乃以剛中也.

단왈 손호수이상수 정 정 양이불궁야. 개읍불개정 내이강중야.

汔至亦未繘井 未有功也 羸其甁 是以凶也.

흘지역미율정 미유공야 리기병 시이흉야.


나무 두레박에 물을 담아 길어 올렸다. 우물물은 먹어도 또 나오고 먹어도 또 나와서 다함이 없다. 우물은 늘 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두레박줄이 짧아 물을 길을 수 없고 두레박이 약해 우물 담에 부딪쳐 깨진 것은 우리의 노력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는 말이다.


象曰 木上有水 井 君子以 勞民勸相.

상왈 목상유수 정 군자이 노민권상.


나무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먹으려면, 서로 돕고 노력해서 우물을 잘 관리하고 두레박줄은 넉넉하게, 두레박은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빛살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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