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6-11-02 15:09:03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과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차그룹의 막내 격인 현대글로비스가 형님 격인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를 제치고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글로벌 수출 확대가 완성차 해상운송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다. 중국산 자동차와 경쟁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사이 현대글로비스는 중국발 수출 물량 증가와 선박 부족에 따른 운임 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3분기 매출은 9조 536억 원, 영업이익은 56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1%, 8.1% 증가하며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지배주주 순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연결 당기순이익에서 자회사의 외부 주주 몫을 제외하고 모회사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으로, 주당순이익(EPS) 등 주주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현대글로비스의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그룹의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각각 24.6%, 10.5%, 35.7%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같은 기간 3% 줄어든 데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완성차 사업의 수익성이 압박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이들과 상반된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중국 자동차 수출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빨라지면서 완성차 운반선 수요가 급증했지만, 선박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선복 부족이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구조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올해 3분기 311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수출량도 820만 대로 67% 늘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국의 연간 자동차 수출량이 지난해 약 700만 대에서 올해 1200만 대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자동차 운반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의 웬만한 브랜드는 모두 실어달라고 요청하는데 다 실을 수 없어 솔직히 일부만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사들의 선박 공급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현대글로비스에는 호재다. 2023년부터 발주한 신조 선박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는 시점은 2028~2029년이다. 당시 발주 규모 역시 최근의 중국 자동차 수출 급증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김준성 연구원은 “접수된 계약 구조상 중국 선사들의 유의미한 선복 증대는 2031년부터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선대를 꾸준히 확충하며 늘어나는 운송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보유 선박은 올해 2분기 말 96척에서 연말 110척, 2027년 120척, 2028년 130척, 2029년 139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규복 CEO는 “신조 인도가 다 되더라도 공급과잉 우려는 없다고 판단한다”며 “내년 10척을 인도받더라도 자동차 운반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