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은 지난 8월 새만금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 설립의 허가다. 이는 잠잠했던 오픈카지노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됐다.
국내 카지노는 총 17개다. 그중 오픈카지노는 정선 카지노라고도 불리는 강원랜드 단 한 개다. 주목할 점은 강원랜드의 2015년 매출액은 1조5611억원(입장객 313만명)으로 다른 외국인 카지노 16개의 매출액 1조2432억원(입장객 261만명)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주변 상권 설립 등 부가적인 가치 또한 대단히 크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편익이 동반하는 ‘독’은 그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도박중독자 뿐 아니라 이들로 인한 앵벌이, 노숙자, 성매매, 자살 등 2차적 범죄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물론 카지노협회조차도 새만금 오픈 카지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원랜드에 비춰볼 때 정선보다 교통이 훨씬 편리한 새만금이라면 그 부작용이 훨씬 더 크게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은 최근 부산에 최대 12조 원대의 복합리조트 건립의사를 타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동북아 관광거점도시 부산시의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복합리조트 유치 문제가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는 오픈카지노가 가져올 거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며 충분한 규제가 동반 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선은 부산의 오픈 카지노 역시 새만금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오픈카지노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의 성공을 예로 들며 가능성을 엿보고 있으나, 상세히 살펴보면 우리와 단순비교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여럿 있다.
‘2012년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도박중독유병률(해당 지역 인구대비 도박중독자 수)은 7.2%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 수준의 3배에 달한다.
또 싱가포르는 카지노 감독법에 따라 내국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2천원)를 내는 내국인은 연간 20회 한도 내에서만 입장이 허용된다. 1년에 50일 이상 강원랜드를 출입하는 이용객들이 1만 명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또 싱가포르는 파산신청 대상자나 신용불량자들은 물론 공공주택 임대료를 6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에도 출입금지를 내릴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영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동반하고 있다.
샌즈그룹의 한국진출은 국내시장을 노린 외국자본이라는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픈 카지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긴 하지만 외국자본에 의한 것이라면 천문학적인 국부유출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고용창출이나 경제 활성화 등은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다양한 이유로 시민단체들은 물론 카지노협회조차 새만금과 부산의 오픈카지노에 대해 ‘시기상조’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정서 역시 말할 것도 없다. 겉으로 드러난 경제적 효과만 바라보기에 앞서 강원랜드를 반면교사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박홍규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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