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7-31 16:05:26
기약이 없었던 한미정상회담이 31일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에 따라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한미 통상이라는 1차 고비를 넘긴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 안보 문제 등을 포함해 한미 관계 전반을 두고 본격적인 대미 외교를 펼치게 된다. 조만간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실용 외교’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협상 내용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투자) 액수는 2주 내로 이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달 가까이 미뤄져 온 한미정상회담이 한미 관세협상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게 된 셈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고 한다”며 “곧 한미 외교라인을 통해 구체적 날짜와 방식 등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새 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첫 정상회담이다. 한미정상회담은 8월 중순에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자간 정상회의 무대에서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할 계획이었으나 매번 외부 상황 탓에 불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했지만,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상황을 이유로 일정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만나지 못했다. 또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도 한미 정상이 만날 무대로 거론됐지만, 이 대통령이 중동 정세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불참 결정했다.
여러 돌발 변수로 한미정상회담이 불가피하게 미뤄지면서 국내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선 이를 ‘외교 공백’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세협상 타결과 함께 한미정상회담 조율이 본격화하면서 이 대통령은 대내외적 부담을 한층 덜게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넘어야 할 벽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예기치 못한 짐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선 일찌감치 협상 준비에 나선 상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는 이날 타결된 통상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등 후속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양국이 관세를 두고 미묘하게 차이를 보였던 타결 조건이나 그 해석 등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는 취지로 밝혔으나 대통령실은 ‘농축산물 개방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등 양국의 온도차가 부분도 매듭지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다른 상대국과의 협상을 발표하면서 즉석에서 협의 내용을 바꾸곤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유사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방위비 협상을 비롯해 이번 협상안에 담기지 않은 분야에 대한 대미 협상 준비에도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 문제와 북미 대화 등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도 주요 의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