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4-06-10 10:40:58
더 즐거워지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1점짜리 선수 아홉 명이 모여 퍼펙트 나인이 되는 것처럼 초연과 재연을 거치면서 ‘성장’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부산시와 (재)부산문화회관, 제작사 라이브(주)가 공동 기획·제작한 ‘부산표’ 창작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이대웅 연출, 신선호 안무)가 지난 9일 오전 11시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년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이 작품은 지난 4일 개막해 9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8회 공연하면서 5000여 명이 관람했다. 이 중 단체 관람은 3회 차에 불과했지만, 석포초, 문현초, 동래초 등 30개교에 달하는 학생 2393명이 관람했다.
지난해 부산시민회관 초연 때와 달리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은 1층 객석에서도 무대 위 다이아몬드 그라운드가 잘 보였고, 6명(김주혁 김주안 김예성 박시우 정혜람 이산)의 아역배우들은 1년 새 훌쩍 컸으며, 짜임새 있고 역동적인 안무가 더해지면서 극은 더욱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리틀 야구단 성장 이야기가 초점이다 보니 스포츠(야구) 뮤지컬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재미와 감동이 더해지면서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은 가족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시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 부산 출신 배우 등 청년 예술인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기뻐했다.
재연 첫 공연이 있던 지난 4일 오전 11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 시내 15개 학교 학생과 교사 등 1000여 명이 관람한 이날은 초등학생 또래끼리의 관람으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1층은 저학년들에게, 2층은 고학년을 주로 배치했는데 객석 분위기가 얼마나 활기찼던지 해설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수로 배우는 이날 2층에서 관람한 뒤 “나도 이런 에너지 넘치는 ‘단관(단체 관람)’ 분위기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춤과 노래, 연기는 고스란히 무대 위 배우 몫이지만, 공연의 완성은 관객과 함께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배우였기에 그 에너지가 새삼 놀라웠던 것이리라.
실제 공연장에 있어 보면, 진짜 야구장에라도 온 듯 극 중 ‘마린스’팀과 특정 캐스트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광경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마린스 마스코트 해달 ‘마린이’이가 가르쳐 준 대로 ‘야야야, 최강 마린스’를 곧잘 따라 부르는 객석은 영락없는 ‘마린스 찐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극장을 나서던 학생들에게 이번 공연을 본 소감을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았냐고 거듭 물으니까 “음악이 좋았어요!” “마린스 팀이 이겨서 좋았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몇몇은 “우리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현실감 있잖아요!”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3일 차 공연이 있던 지난 6일 오후 2시 일반 관람 때도 다르지 않았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많아서 첫날보다는 한결 차분해졌지만, 객석은 여전히 들썩들썩했다. 이날은 공연이 끝난 뒤 아역배우들 중심으로 팬 사인회도 대극장 로비에서 열었는데, 대기 줄이 얼마나 길던지 공연 열기는 한참 동안 가시지 않았다. 유명 연예인이 나오거나 동화나 애니메이션, 유튜브 등으로 익숙한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또래 배우들에게 가지는 또래 관객의 공감대와 신뢰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이대웅 연출은 “지금은 어린이 관객 눈높이를 고려해 90분짜리에 맞췄지만, 기회가 된다면 숨겨진 극 중 서사를 더 풍부하게 살리고 싶다”며 “마린스 4번 타자 남호 할아버지의 숨겨진 이력이나 유안나 감독과 고우철 코치가 ‘퍼펙트 나인’을 만들어가는 과정 등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부산에서 보기 힘든 창작 뮤지컬 공연을 통해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활동 무대를 확대하는 한편, 지속적인 관민 협력을 통해 우수한 예술 창작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차후 부산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의 공연 가능성과 타 지역에서도 도입 가능한 우수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