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끊기에 늦은 때도 없다

[금연, 아직 미루고 있다면]
사용률 증가세 뚜렷한 전자담배
심뇌혈관질환 위험에 차이 없고
광범위한 독성 화학물질 노출
이중 사용자, 질병 확률 더 높아

연간 5만 8000명 사망 추정
언제 끊든 10년 후 ‘수명 효과’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2024-12-24 07:00:00

국내에서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9년 기준 5만 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잠실야구장 두 개를 채우는 규모다. 전자담배가 건강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쌓이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국내에서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9년 기준 5만 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잠실야구장 두 개를 채우는 규모다. 전자담배가 건강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쌓이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새해를 앞두고 1순위 목표를 건강으로 잡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금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약 120만 명의 간접흡연으로 인한 노출을 포함해 연간 800만 명 이상이 담배 때문에 사망한다. 예방이 가능한 가장 강력한 방법인 금연을 피하면서 건강을 개선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각종 핑계를 대면서 아직도 금연을 미루고 있다면 담배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자담배는 좀 낫겠지?

전자담배는 불을 붙여서 연기를 마시는 일반담배(궐련)와 달리 전자장치를 이용해 니코틴을 체내에 흡입하는 신종 담배다. 에어로졸을 생성하는 방식에 따라 니코틴 용액을 기화시키는 액상형, 담뱃잎과 여러 화학 성분을 함유한 전용 스틱을 가열하는 궐련형으로 나뉜다.

전자담배 사용률은 국내 흡연율을 견인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보건소를 통해 성인 23만 명을 조사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더한 전체 담배제품 사용률은 22.6%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P) 증가했다. 일반담배 흡연율(18.9%)은 1.4%P 줄어든 반면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8.7%)은 0.6%P 늘었고, 2020년(3.7%)과 비교하면 배 이상 뛰었다.

전자담배는 초기에 건강에 덜 해롭고, 냄새가 없으며,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연구 결과 전자담배 사용은 다른 금연 치료 방법과 비교해 금연이나 흡연 감소 효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2021년 한 연구에서는 일반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이중 사용자가 일반담배 단독 흡연자보다 니코틴 의존도가 더 높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우울하거나 비만한 비율이 더 높았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담배 폐해 앎-신종 담배의 건강 영향'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호흡기질환(천식 1.36배, 만성폐쇄성폐질환 1.49배, 기관지염 증상 2.02배)과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 1.33배, 뇌졸중 1.25배)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불안,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질환과 구강·치주 질환과도 연관성이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도입 기간이 짧아 연구 결과가 적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미국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따르면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사용자의 심혈관질환, 뇌졸중, 대사 기능 장애 발병 위험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두 가지를 같이 피우는 이중 사용자는 일반담배만 피우는 사람보다 질병 발병 확률이 최대 4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투데이 미국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따르면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사용자의 심혈관질환, 뇌졸중, 대사 기능 장애 발병 위험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두 가지를 같이 피우는 이중 사용자는 일반담배만 피우는 사람보다 질병 발병 확률이 최대 4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투데이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직접 비교하면 어떨까. 올해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온라인판(NEJM 에비던스)에 실린 메타 연구는 관련 연구 107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와 일반담배 사용자의 심혈관질환, 뇌졸중, 대사 기능 장애 발병 위험은 비슷했다.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전자담배 사용자의 발병 확률이 각각 16%, 47% 낮았지만, 격차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적었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같이 피우는 이중 사용자는 일반담배만 피우는 사람보다 질병 발병 확률이 20~41% 더 높았다. 연구팀은 전자담배 사용자는 가열이나 기화 중에 형성되는 화합물을 포함해 담배와는 다른 독성 화합 물질 혼합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하루 총 소비량이 같다고 할 때 단독 사용자보다 이중 사용자에게 더 광범위한 독소가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하는 청소년과 젊은 성인, 금연 이후 전자담배를 다시 피우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훨씬 덜 해로운 대안이라는 가정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제 끊어 봤자 뭐가 다를까?

질병관리청이 서울대 조성일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5만 8036명으로 추산된다. 잠실야구장 두 개를 채울 수 있는 규모로, 매일 159명 꼴이다. 현재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사망 위험이 남성은 1.7배, 여성은 1.8배 높았다. 30세 이상 전체 성인 사망자 중에 남성은 32.3%, 여성은 5.3%가 흡연이 사망을 유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연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금연 후 20분만 지나도 혈압과 맥박이 낮아지고, 2주에서 세 달 만에 혈액 순환과 폐 기능이 좋아진다. 1년이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10년이면 폐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이 된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미국,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등 4개국 성인 15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어느 나이에 담배를 끊든 금연 후 10년이 지나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과 기대 수명이 거의 같아졌다. 40세 이전에 담배를 끊으면 담배를 전혀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기대 수명이 거의 같아졌고, 담배를 끊은 지 3년이 안 된 사람도 기대 수명은 최대 6년 길어졌다.

연구팀은 "담배는 언제 끊어도 절대 늦지 않으며, 담배를 끊기만 하면 많은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수명이 길어지고 삶의 질도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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