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경’이라는 단어 대신 ‘완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월경을 완수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으려는 의도라고 한다. 하지만 폐경이라는 말 자체만 두고 본다면 달리 볼 여지가 있다. ‘폐’라는 한자가 단순히 ‘닫는다’라는 의미뿐 아니라 ‘끝난다’ ‘마치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약의 창세기 18장에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있을 것이 없어진 지 오래되어 출산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양에서는 월경이 멈추는 시기를 오랫동안 갱년기(climacteric)라고 부르다가 19세기 초에야 프랑스에서 폐경기(menopause)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는 기록이 있다.
갱년기와 폐경기를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원은 조금 다르다. 갱년기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사다리’를 뜻하는 클라이맥스(climax)로, 인생의 절정을 지나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사는 시기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한자어로도 ‘갱’은 ‘다시, 고치다’라는 뜻이다. 반면에 폐경기는 달(month)과 멈춤(cease)을 의미하는 두 단어를 더한 것으로, 달의 주기가 멈추었음을 의미한다.
‘메노포즈’를 ‘폐경’이라고 처음 번역한 것은 일본인들이었다. 일본은 서양 문물을 접하면서 영어에 다수의 추상 명사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19세기 중반부터 한자 두 글자를 사용해 수많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자유, 평등, 민주, 권리, 국가, 사회, 정부, 경제, 국제, 윤리, 도덕 등이 모두 여기 해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는 한자 문화권인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월경’ 역시 일본인들이 만든 단어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월경을 ‘몸’ 혹은 ‘몸엣것’이라 불렀고, 월경을 치르는 것을 ‘몸하다’라고 표현했다. 월경을 뜻하는 한자어는 그 외에도 경도, 경수, 월사, 월후, 월수, 보경 등 수없이 많다. 홍콩에서는 '이마'라고도 부른다.
최근에는 월경 대신에 ‘생리’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는 경향이 있다. 생물체의 생물학적 기능과 작용, 또는 그 원리를 뜻하는 ‘생리 현상’에서 나온 말일 듯하다. 과거에는 일본식 영어인 ‘멘스’가 사용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언어를 순화한다며 오랫동안 사용해 온 한자어를 다른 말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언어 속에는 인간적인 정서와 문화적 깊이가 담겨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금은 잊히고 있지만 생식기나 성행위와 관련된 단어에도 다양한 순우리말 표현이 있다. 과거 성교육을 진행하며 약 500명의 학생들에게 클리토리스(음핵)의 우리말 단어를 묻자, 아무도 답변을 못 한 적이 있다. 이밖에도 음모는 ‘거웃’, 치골은 ‘불두덩’, 가랑이는 ‘샅’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동물이 생식을 위해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하는 ‘흘레’는 15세기 문헌에서 처음 나타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