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4-12-23 17:45:49
노인들이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보충하면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근감소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동물 실험을 통해 비타민D의 노년기 근감소증 개선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라이프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3개월의 어린 쥐와 18개월 노령 쥐에 4개월간 비타민D를 투여한 결과 비타민D를 투여하지 않은 노령 쥐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현저히 낮고 근감소증이 나타난 반면, 비타민D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노령 쥐는 근육량과 근력이 정상으로 유지된 것을 확인했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양과 근력, 근기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신체 기능도 현저히 저하돼 골절 위험이 증가하고,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유발하고 사망률을 높인다. 국내에서 2021년 정식 질병으로 분류됐지만, 아직 직접적인 치료제는 없다.
근감소증 예방과 치료에는 꾸준한 운동이 효과적이다. 운동을 하면 근육 호르몬인 마이오카인이 분비돼 근육량과 근력을 향상시키고, 뇌, 간, 지방 등에서 대사기능을 조절해 심혈관질환 예방, 인지 기능 향상, 염증 제어 등에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마이오카인 중에서도 아펠린(77개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타이드)과 그 수용체의 양이 급격히 감소하고, 비타민D를 보충하면 아펠린의 혈중 농도와 그 수용체의 발현이 증가돼 근육기능이 개선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비타민D로 인한 근기능 개선은 운동을 할 때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쇠로 인해 운동이 어려운 노인이라도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면 운동 효과와 비슷하게 근감소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노인 노쇠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은 41%가 혈중 비타민D 농도가 결핍 수준이었고, 적정 수준은 21%에 그쳤다. 또,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부족하면 노쇠 발병 위험이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주로 햇빛 노출을 통해 피부에서 생성된다. 어류, 버섯류, 비타민D 강화 유제품 등의 식품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노년기 비타민D 섭취를 통한 근감소증 예방과 그 기전을 직접적으로 밝힌 의미 있는 연구”라며 “충분한 비타민D 섭취로 근감소증을 예방해 건강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9월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에 혈중 비타민D 농도가 충분하면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게재했다.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 참여한 농촌지역 40세 이상 남녀 약 1만 9000명을 14년간 추적조사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D 농도가 충분한 그룹은 낮은 그룹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이 31%,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비타민D가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