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2-18 13:49:32
‘요즘 아저씨의 정석’을 줄인 신조어 ‘요아정’의 인기 중심에는 배우 이준혁이 있다. 말끔한 미모에 훤칠한 슈트핏, 안정적인 연기력을 겸비한 요즘 40대 배우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언급돼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는 외모와 능력을 모두 갖춘 비서를 연기해 ‘로맨스 대세남’이란 별명도 얻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혁은 “저는 촬영장에서 비싼 소품 중 하나”라며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합심한 덕분에 빛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준혁은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헤드헌팅 회사 대표의 비서이자 판타지에 가까운 완벽남 유은호 역할을 잘 소화했다. 유은호는 일 이외에 모든 것에 서툰 대표 곁을 지키며 티 안 나게 그의 빈틈을 채워준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던 대표와 비서의 손발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맞아가고, 한지민·이준혁의 달달한 로맨스 연기가 물이 오르면서 마지막 회에선 자체 최고 시청률인 12%로 막을 내렸다. 이준혁은 “배우들의 합이 중요한 재즈 같은 작품”이라며 “유은호를 밴드 음악에서 베이스 역할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잔잔하게 깔린 베이스처럼 작품 속에 존재하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행동에 잘 반응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준혁은 2007년 가수 타이푼의 뮤직비디오로 연예계에 데뷔한 후 주로 장르물에서 대중을 만나왔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는 기회주의 비리 검사 서동재를 연기했고, ‘지정생존자’에서는 테러 조직 공모자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야심가로 변했다. 천만 영화 ‘범죄도시 3’에서는 마동석에 맞서는 소시오패스 경찰 주성철을 연기해 주목을 받았다.
이준혁은 “독특한 역할을 하는 걸 워낙 좋아한다”며 “그런 역할만 하다 보니 이제 출연작 중에서 가장 독특한 게 은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멜로물을 다시 하게 된다면 좀 더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장르물과 로맨스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르물처럼 로맨스물에도 기승전결이 있더라고요. 장르물은 흙먼지가 있는 곳에서 구르는 것이고, 로맨스는 그 과정에서 키스를 하는 식이었죠. 또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눈을 뜨면 마동석 선배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눈을 뜨면 (한)지민 씨가 있더라고요.(웃음)”
어느덧 데뷔 18년 차가 된 이준혁은 여전히 연기에 필요한 변주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감독에게 요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도 변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그는 “배우는 그저 재료일 뿐이니 평소에 신선도를 잘 유지해야 한다”며 “매 작품 캐릭터로 기억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영화 ‘소방관’과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로 대중을 만난 이준혁은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와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 tvN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다작의 비결을 위기감인 것 같다”며 “저는 늘 ‘곧 겨울이 온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목표가 있다면, 저라는 재료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대표 음식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요. 뭐 하나 잘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요. 언젠가는 저만의 시그니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