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3-26 17:19:0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라는 반전을 이끌어내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탄핵 ‘인용’을 전제로 이 대표의 ‘조기 대선’ 도전에 마지막 걸림돌인 ‘시간’이 헌법재판소의 선고일 지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선고로 대법원의 최종심 선고 전까지 당내 ‘일극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대권 도전의 법적 장애물도 대폭 낮추게 됐다. 그러나 헌재가 3월 중으로 예상했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계속 미루면서 시간이라는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당초 예상대로 헌재가 3월 중에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다면 이 대표가 이날 항소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았더라도 조기 대선 출마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선거범 재판의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각 3개월)을 적용할 경우 이 대표 선거법 재판은 6월 말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안에 치러져야 하는 대선은 5월 말에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출마 자격 박탈 가능성이 있는 재판을 진행 중임에도 한 달이라는 시간 차 덕분에 대선에 제한 없이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여야 대권주자 중에서 이 대표는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은 셈이다. 역대 대선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지만, 이 대표 측은 줄곧 항소심 결과에 상관 없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헌재는 예상과 달리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하고도 한 달 가까이 선고기일을 잡히지 않고 있다. 헌재가 이날에도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파면 여부는 4월에나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4월 선고도 정확히 언제일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일단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일인 내달 18일 전에 선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정치권 일각의 예상대로 4월 11일에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대선은 6월 중순께 치러지게 된다. 이 대표의 최종심 재판 예상일과 불과 2주 정도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과연 법적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논란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최종심 일정을 신속하게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최근 부정적인 관점에서 이런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윤 대통령-이 대표 동반 퇴진설’이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김민석 최고위원은 최근 헌재의 선고기일 지정이 늦어지는 등 일련의 흐름에 대해 “상황이 너무 수상하다. 오직 이재명만 죽이면 된다는 내란세력의 작전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이른바 윤-이 동시제거론을 흘려온 모 언론의 시나리오가 윤석열 파면 지연과 이재명 사법살인으로 펼쳐지는 게 아닌지 몹시 꺼림칙하다”고 말한 있다. 일단 이날 이 대표 항소심 결과로 이런 음모론적 시각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이끌어낸 만큼 적어도 선거법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은 뒤 법적·윤리적 걸림돌 없이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약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내내 이 문제가 부담이 될 텐데, 이 대표로서도 깔끔하게 ‘클리어’하고 대선에 나선다면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항소심 결과가 나오자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을 확신한다”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물론 여권에서는 이날 이 대표의 항소심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역시 ‘기각’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정치적 셈법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