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핵 반대’ 주도한 세계로교회, ‘이승만 학교’ 인가 추진에 ‘제동’

부산시교육청 2일 심의에서 ‘부적합’
“취지·교육과정, 대안학교와 안 맞아”
지난 3월 비인가 상태로 188명 입학
지역 교육계 “왜곡 역사관 주입 우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2025-07-09 15:45:17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와 부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우측 건물). 해당 기관은 비인가 상태로 지난 3월 입학식을 열고 초·중등과정에 학생 188명을 입학시켰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와 부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우측 건물). 해당 기관은 비인가 상태로 지난 3월 입학식을 열고 초·중등과정에 학생 188명을 입학시켰다. 이재찬 기자 chan@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부산 세계로교회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름을 내건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다 부산시교육청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해당 교육기관은 이미 지난 3월 비인가 상태로 문을 연 만큼, 교회 측이 인가 재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교육계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 성향과 역사관이 주입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세계로교회가 제출한 ‘세계로초중고등학교’ 설립계획서가 지난 2일 열린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 심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오후 시교육청은 교회 측에 해당 결과를 공식 통보했다.

위원회는 해당 학교의 설립 목적과 교육과정이 대안학교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치적 편향성이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 교실당 수용 인원 등 운영계획에도 일부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계로교회는 지난 3월 4일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입학식을 열고 초·중등과정 학생 188명의 입학을 승인했다. 학교명에 포함된 ‘우남’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호다. 손현보 세계로교회 담임목사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가치관을 가르치겠다”며 일명 ‘이승만 학교’ 설립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입학식에서 손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은 이순신보다 10배, 50배 위대하다” “김구는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중국 국적을 취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세계로교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반대 집회인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주도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해당 기관은 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미등록 교육기관’으로, 졸업해도 정식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교회 측은 해당 기관을 대안학교로 전환하기 위해 학교설립계획서를 제출하는 한편 교직원 채용도 병행해왔다. 대안학교로 인가받을 경우 초·중·고 졸업 학력이 인정되며, 정부나 교육청이 시행하는 각종 교육사업과 보조금 지원 대상에도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부산에는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을 위한 ‘송정중학교’와 탈북학생 대상의 ‘장대현중고등학교’ 등 인가 대안학교가 2곳뿐이다.

교회 측은 이번 심의가 통과됐다면 내달 말까지 설립인가 신청서를 제출해, 내년 3월 정식 인가학교로 개교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대안학교 설립을 위해서는 교육청 심의를 통과한 후, 개교 6개월 전까지 설립인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실제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도 ‘2026년 인가 대안학교 예정’이라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지역 교육계는 왜곡된 역사관과 편향된 정치 성향이 청소년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진경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장은 “이승만이라는 특정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정신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우상화와 다름없다”며 “이는 교육의 공공성과 다양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안학교로 인가를 받게 되면 세금이 지원되고 공적 교육기관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만큼,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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