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6-04 09:00:00
“요즘 책이 너무 비싸다” “가장 잘 팔리는 책이라는 추천을 받고 샀는데, 내용이 마음이 들지 않아 앞부분만 읽다가 책을 덮었다” “책을 선물 받았는데 내 취향이 아니라서 서가의 장식품이 되었다” 등등 현실적인 이유로 올해도 책 한 권을 읽어내지 못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마음은 있지만, 책과 친해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있다. 부산도서관이 진행하는 ‘행복한 책나눔’ 사업이 바로 그 답이다.
‘행복한 책나눔’ 사업이란 2023년 1월 1일 이후 발행된 도서를 부산 지역 40개 참여 서점에 가져가면 도서 정가의 50%를 방문 서점의 도서 교환권으로 돌려받는 프로그램이다. 교환권은 방문 서점에서 새 책을 구매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교환권을 사용할 수 있어 기간도 넉넉한 편이며, 부산 시민은 횟수 상관없이 개인당 10권까지 교환권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서점으로 수집된 시민의 책은 부산도서관과 이 사업의 후원자로 참여하는 세정 기업이 구매해 부산 전역의 작은 도서관과 야외도서관에 기증된다. 부산도서관 박은아 관장은 “시민은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고, 동네 서점은 자연스럽게 주민에게 노출된다”며 “동시에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게 돼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에 밀려 생존이 어려운 동네 서점을 살리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또 “읽고 난 도서가 부산 전역의 작은 도서관으로 기증되며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책 읽는 분위기 조성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책 나눔 사업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참여 서점의 수가 적고 예산의 한계로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부산도서관이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해 참여 서점 수를 늘리고 지역 기업의 후원까지 받아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 42개 지역 서점에서 1만 3751권의 책을 모았고, 62개의 작은 도서관을 비롯해 시민 공원 야외도서관, 청년 공간 등에서 활용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예산을 좀 더 늘려 1억 500만 원으로 진행하며 부산 전역 15개 구·군의 지역 서점 40곳이 참여한다. 지역 청년의 창업 업종 중 하나인 독립 서점을 많이 참여시켰고, 모집된 책은 작은 도서관들과 더불어 다양한 시민 독서 행사에 사용될 예정이다.
6월 5일부터 예산이 소진되는 시점까지 진행되며 참여 도서관에 대한 정보는 부산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이후 발행된 도서로 참고서(수험서), 교과서(전공 도서 등), 만화책(학습만화 포함), 사전류, 비매품, 정기간행물(잡지류 등), 외국 도서, 3만 원 이상 도서, 낙서 등 훼손 도서, 시의성 있는 경제 서적(연도 표시), 시리즈는 교환도서에서 제외된다.
시민이 서점으로 가져온 책에는 참여한 시민의 이름이 쓰여진 나눔 스티커가 부착된다. 집에 있던 책이 지역 서점을 거쳐 부산도서관, 지역 도서관으로 전달되는 경로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으로 작은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 셈이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