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재발효 전 '밀어내기 화물' 폭증… '환적항' 부산항 북새통

트럼프, 상호 관세 90일 유예 후
지난달 부산항 환적물량 6~8%↑
관세 발효 전 앞당긴 주문 늘어
6·7월 더 증가… BPA 대책 마련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2025-06-03 21:57:10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부산항의 환적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하면서 관세가 본격 발효되기 전 연말 성수기 화물을 미리 당겨 주문하는 미국 화주들이 늘어난 탓이다.

3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항 환적물량은 지난해 동월(117만 664TEU) 대비 6~8% 오른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항의 월 평균 환적 물량은 113만 TEU이다.

앞서 미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5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의 기본 상호 관세(보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으나, 곧바로 방침을 바꿔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차등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 유예 방침이 발표된 후 한 달 동안 미리 물건을 주문하는 미주 화주들이 늘어나면서, 미주 정기 컨테이너 노선의 마지막 기항지인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항은 미주로 향하는 정기 컨테이너 노선이 기항하는 아시아의 ‘라스트 포트’(Last Port)로 관세 적용 직전 시점까지 수출화물을 선적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를 제공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BPA는 6~7월에는 환적물량이 더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중국 내 기상상황이 나쁜 때가 잦고 중국의 수출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선박 스케줄이 지연되는 이른바 ‘체선 현상’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유예가 발표된 지난 4월의 환적물량은 118만 TEU가량으로 지난해 평균과 비슷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이미 확정된 배 스케줄로 4월에는 물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BPA 국제물류지원부 관계자는 “보통 7~9월은 미국 화주들이 추수감사절, 신학기, 크리스마스를 위한 물건 재고를 많이 확보하는 성수기다”며 “이 성수기에 관세 유예 조치가 겹치면서 유예가 끝나기 전 미리 물건을 주문하려는 곳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다음 달에는 환적 물량이 크게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 물량을 미리 당겨 처리하는 셈이기 때문에 부산항의 입장에서는 전체 환적 물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BPA측도 늘어날 환적화물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이다. 지난 4월 13일 BPA는 부산항의 물류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수출입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상호관세 현장대응반’을 가동하고 있다. 현장대응반은 미주 물동량 및 항로 변화 모니터링, 미주행 선박의 하역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선석 운영 최적화, 신항 배후단지 내 임시장치장 운영 등 화물처리 유연성 확대, 해외 물류센터를 활용한 보관·이송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한다. BPA 물류정책실 관계자는 “미국으로 향하는 선박이 선석에 들어왔는데 선석이 꽉 차는 등의 이유로 스케줄이 지켜지지 않으면, 터미널 운영사 등과 협의해 전배(다른 터미널에서 물량을 처리하는 것) 요청 등을 할 수 있도록 소통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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