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2025-06-04 01:17:14
21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3일 부산·울산·경남 투표소에서는 오후 8시 투표 마감 시간까지 유권자들이 긴 줄을 서며 전국적으로 28년 만에 가장 높았던 대선 투표 열기를 체감하게 했다. 3년 만에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유권자들의 한 표에는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희망이 담겼다. 투표와 개표 현장에서는 유권자 간 폭행 사건이 벌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잇따랐다.
■공약 지키는 대통령 탄생하길…
부산 914곳의 투표소는 오전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한 자영업자 이 모(50·부산진구) 씨는 “경기가 너무 어렵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새 대통령이 경기 부양을 위한 특별한 대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용선(60·부산진구) 씨는 “서민들의 세금을 너무 많이 걷어가지 않으면 좋겠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약대로만 실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세대를 향한 염원도 이어졌다. 이날 투표에 앞서 산부인과에서 아내의 임신 사실을 확인한 예비아빠 김국현(34·사하구) 씨는 “출생률을 높이고, 아이 키우기 좋은 정책을 펼칠 대통령을 믿고 기다리겠다”며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재보궐 선거인 이번 대통령 선거의 특성상 오후 8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일부 시민들은 투표를 포기하는 대신 발걸음을 서둘렀다. 박 모(61·강서구) 씨는 “‘대선 투표 마감 시간인 8시께 혼잡이 예상된다’는 안내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다”며 “혹시 투표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급히 투표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 모(36·북구) 씨는 “투표할 후보가 없어 투표를 포기할까 하다가 오후 8시까지 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무소속 황교안 후보가 사퇴했다는 정보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이들도 간혹 보였다.
부산 16개 개표소에서는 오후 8시 30분부터 개표를 시작했다. 시시각각 진행되는 개표를 지켜보는 참관인들은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측 개표 참관인 정 모(58) 씨는 “부산 남구는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한 지역인데, 예상보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표가 많이 나와 놀랍다”고 말했다.
■유튜브 촬영에 유권자 간 폭행까지
이번 대선 투표일에도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경찰청은 전국에서 투표와 관련한 112 신고가 총 793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폭행 1건을 포함해 오인·소란 등 총 72건의 경찰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9시 45분께 해운대구 중동에서 투표를 위해 담배를 피우며 대기하던 40대 남성이 흡연을 제지하던 30대 남성을 폭행했다. 해운대경찰서는 폭행치상 혐의로 4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남·울산에서도 투표소를 잘못 찾은 유권자가 난동을 부리는 등 크고 작은 소란이 이어졌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투표가 진행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경남 지역 대선 투표 현장과 관련한 112 신고 전화는 62건이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한 투표소에서는 80대 A 씨가 난동을 피워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투표 순서가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항의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B 씨가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했다. B 씨는 자신의 거주지 투표소가 아닌 다른 투표소를 잘못 찾아 소란을 피웠으며, 다른 유권자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해 내외동에서는 70대 여성 C 씨가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용지를 찢어 물의를 빚는 일도 있었다.
울산에서도 크고 작은 소동이 이어졌다. 동구 일산동 제1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 선거인명부 확인란에 이름을 적는 과정에서 투표 사무원과 마찰을 빚었다. 이 유권자는 서명 도용 가능성을 주장하며 이름을 흘려 적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어 투표용지 진위를 따지면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려다 결국 퇴거 조처됐다. 사전 투표를 해놓고 술에 취해 또다시 투표하겠다고 소란을 피워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울산 북구 한 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소 내부를 휴대전화로 찍다가 제지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