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트럼프 관세협상' 배턴 터치…대미합의 도출 ‘통상 현안’ 시험대

7월 8일까지 포괄합의 도출해야…시간 촉박
韓, 상호관세에 자동차·철강 관세 최소화 목표
미, 소고기· 구글 지도까지 미 '민감 요구' 압박
국내 설득 과제…한미 정상간 조기담판 가능성도
대미 협상총괄 통상본부장 우선 임명 전망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6-04 08:43:10

21대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봉황기가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 21대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봉황기가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새 정부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 배턴을 넘겨 받았다. 새 정부는 오는 7월 8일 포괄합의 도출 시한까지 미국 정부와 우리 국민을 동시에 설득해 합리적인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5%의 국가별 상호 관세부터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를 철폐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사활을 건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부터 구글 정밀 지도 반출에 이르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우리 측에 요구하고 있어 힘겨운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4일 정부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한미 양국 간 관세 협의는 서로 구체적인 희망 사항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밀고 당기기식 협상을 시작하려는 단계까지 나간 상태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24일 한미 '2+2' 고위급 통상협의를 계기로 본격적 관세 협상을 시작했고,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 '줄라이 패키지'(7월 포괄합의)를 도출하자는 데 의견 접근을 보았다. 특히 지난달 20∼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미 '2차 기술협의'에선 미국이 처음으로 소고기 등 특정 농산물을 포함해 그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주장했던 다수의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요구하고 나왔다.

이 후보는 대선 기간 "조선·방산·첨단산업 등 미국과 협력할 분야는 넓다"며 "상호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하며 관세 협상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선 협상에 관여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 하나하나가 전부 차기 정부 대통령실과 수뇌부에서 결정해 줘야 움직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최대한 이른 시기 방미를 추진해 톱다운식 의사 결정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우선 차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새로 임명해 대미(對美) 협상을 총괄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요구 사항인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규제 완화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허용 등은 모두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민감한 이슈들이다. 따라서 '관세 최소화'를 위해 미국에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한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정치적 노력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안덕근(오른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안덕근(오른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관계부처 장관과 경제 4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경제안보 점검회의'의 정례화 구상을 밝혔다. 민간과 소통 강화를 바탕으로 폭넓은 국익을 대표하는 방향으로 경제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파고가 높아진 상황에서 새 정부의 경제안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과 핵심 인적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경제안보 총괄 조정 기능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캠프에서는 대통령실에 경제안보통상 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하고, 아래 경제안보비서관, 통상비서관, 글로벌 협력 비서관을 두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통상 책사'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경제·안보·통상 차르'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으로 인한 리더십 교체’라는 특수 상황을 들어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대미 협의 시한을 늦추는 방향으로 우선 대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관세 협상에서 있어선 미국도 압도적 우위에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인다"며 "지금 부과한 관세를 100% 그대로 유지하긴 어려울 테고, 협상 여지가 있을 거라 본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 측이 한미 협의 시한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한국으로서는 조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협의를 진행할 수 있겠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의 기존 협상팀이 축적한 대화 채널을 새 정부에서도 유효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하되 새 대통령이 새 협상 대표에게 전권을 줘 협상팀을 이끌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