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수입 확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한미 관세협상 점점 구체화

22~27일 미국서 한미 고위급 협상 등 진행돼
미국소고기 월령제한 폐지, 정밀지도 반출 등
한국, 공급망 연결 철강·자동차 관세 감축 요구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2025-06-28 13:04:02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 의회에서 제이슨 스미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 의회에서 제이슨 스미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된 한미 고위급 관세 협상에서 소고기 수입부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 프로젝트 참여까지 미국 측의 요구가 더욱 구체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은 7월 8일이다. 그러나 유예시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 후 가속도가 붙은 한미 관세 협상이 조만간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할 중대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28일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22∼27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워싱턴 D.C. 방문 기간 진행된 한미 각료급 협의와 3차 실무 기술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구글 정밀 지도 반출 등에 이르는 요구를 이전보다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앞선 1∼2차 실무협상을 거쳐 구체화한 쟁점들을 하나씩 협상 테이블에 올려 서로 입장을 세밀하게 확인해나가며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해 협의를 진행했다.

미국 측은 한미간 무역에서 자국의 무약적자가 심해 이를 해결하려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한국이 미국 상품 구매를 확대해 균형 무역을 이루고 자국 상품·서비스 수입을 제약하는 수입 소고기 월령제 규제나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 같은 무역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측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상호 관세가 사실상 없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미국이 추구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상호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된 철강·자동차 등 품목 관세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설득에 나섰다.

아울러 미국이 주장하는 비관세 장벽 이슈와 관련해서도 정보기술(IT), 제조업 등 분야에서는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전향적 논의 의지를 알리면서도 소고기 등 농산물 분야에서는 한국이 이미 미국의 최대 소고기 수입국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제기하기도 하고 우리가 반박하며 새 제안을 하기도 했다. 양방향의 치열한 협상이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비관세 장벽에 사실 소고기나 농업은 우리가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협상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모든 것을 다 반영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언급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는 농산물과 관련한 협상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은 한미 관세 협상의 본류에는 들지 않지만, 이번 고위급 협상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관심을 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의 한국 참여를 요청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여 본부장을 만나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 여러 에너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현재 미 대통령이 직접 특정 프로젝트에 우선을 두고 있는 것은 알래스카 프로젝트 하나다 이런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주요국과 협상 시한을 9월까지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당초 7월 8일로 예고된 협상 시한이 다소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미국이 모든 국가를 상대로 협상 시한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자국 입장에서 선호하는 제안을 들고 온 협상국에만 선별적으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 의도적인 협상 지연으로 오해받을 행동은 피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 인식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25%의 국가별 상호관세부터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를 철폐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본격 협상 국면으로 전환돼 미국과 한국이 본격적인 주고받기 이익 균형 찾기를 시작한 모습”이라며 “7월이 되면 어느 정도 우리가 제시할 카드가 결정되고, 대통령의 결심 후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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