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5-06-26 20:00:00
부산 시민의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 공사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고선, 정작 같은 부산에서 예정된 벡스코 제3전시관 건립에 눈독을 들이는 현대건설의 ‘얌체’ 행동에 부산이 분노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국토교통부에 현대건설을 상대로 공공사업의 입찰 제한 조치를 요구했으며, 부산시의회는 이와 별개로 벡스코 제3전시관 건립에서 현대건설을 배제하는 방안을 해당 사업 주체인 부산시에 요구할 방침이다.
26일 부산시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현대건설에 대해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철회하거나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부정당업자’로 지정, 최대 2년간 모든 국가계약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 국가계약법 적용을 요청한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와 조달청에서 현대건설의 가덕신공항 계약 철회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현대건설은 당장 입찰을 준비 중인 벡스코 3전시장 공사 수주부터 포기해야 한다. 부산시는 7월 말께 벡스코 3전시관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벡스코 3전시관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2900억 원, 공사비만 약 2500억 원에 달하는데 현대건설이 참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앞서 1998년에는 1전시장, 2009년에는 2전시장 공사를 맡은 바 있는 데다 벡스코 지분 가운데 30% 이상을 현대가에서 갖고 있는 까닭에 업계에서는 3전시장 공사 계약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국책사업이자 부산·울산·경남의 숙원인 가덕신공항 건설에 수의계약해 놓고도 돌연 당초 약속한 공기 안에 공사를 할 수 없다며 포기하며 일정에 차질을 만든 현대건설을 문책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부산은 물론 울산, 경남 등 동남권에서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는 격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산시의 움직임과 별개로 부산시의회도 이러한 지역 민심에 부합해 현대건설의 벡스코 3전시관 공사 참여 반대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의 부정당업자 지정이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다음 달 15~29일 진행되는 7월 임시회 중 부산시 업무보고에서현대건설의 벡스코 3전시장 입찰 지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벡스코 3전시장 입찰에 나서면 이를 막겠다는 의도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인 김재운(부산진3) 의원은 “지역에 꼭 필요한 가덕신공항 공사는 공기 안에 마무리할 수 없다며 포기해 놓고 돈 되는 지역 일감은 싹쓸이 하려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부산시와 함께 머리를 맞대 현대건설에 페널티를 적용하는 방법부터 아예 사업을 배제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역에서 현대건설에 보다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국토부와 조달청의 판단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한목소리로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시민 염원을 외면한 현대건설에 합당한 제재를 가해 또 다른 지역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이 국토부, 조달청을 향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앞으로는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