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5-06-24 18:35:13
“불이 나자마자 바로 냄새가 나서 아이를 데리고 탈출했습니다. 4층 아이들 이야기는 들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24일 오후 2시께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아파트. 이날 오전 4시 15분께 불이 난 아파트 주민은 사고의 현장 감식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에 연신 탄식을 흘렸다. 다른 주민도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훔치며 불이 난 아파트 세대를 쳐다봤다.
불이 난 아파트 단지에는 탄 냄새가 가득했다. 아파트 외벽 그을음으로 이날 발생한 참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화재로 숨진 A(10) 양과 크게 다친 B(7) 양이 살던 4층 세대의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난 채 있었다. B 양은 현재 기계 호흡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소방 구조대원들은 안방에서 자는 아이들을 손으로 가늠하며 구조했다. 당시 현장은 검은 연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두 아이 모두 연기를 마셔 호흡과 맥박이 없어 응급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날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평소 화목하게 보였던 일가족에게 한순간에 일어난 참변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부모가 모두 일을 나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났다는 비극에 주민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이들 부부가 새벽 4시께 집을 나간 직후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뒤늦게 A 양의 사망 소식을 들은 부모는 펑펑 울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주민은 “화재 직후 4층 아이들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봤다”며 “나도 자식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숨진 A 양과 같은 반 학생도 있었다. A, B 양은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초등학교를 다녔다. A 양은 5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B 양은 올해 입학했다. 학교에서도 이번 사고 소식을 전하며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A 양 친구인 5학년 학생은 “같은 반 친구가 그렇게 돼서 너무 슬프다”며 “평소 조용한 성격인 A 양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착한 친구였다. 동생들을 잘 챙겨 주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부모의 경우 특정 기준을 초과해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자녀는 혜택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불이 난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삽시간에 퍼진 불에 주민들도 새벽에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4층에서 시작한 불의 연기가 같은 아파트 18층까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아파트 18층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새벽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는데 세대 내에 머무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며 “계속 마음을 졸여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취재진과 만난 아파트 관리소 직원은 “아파트 관리 일을 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큰불이 난 건 처음”이라며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변이 벌어져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