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5-07-27 16:55:22
지난달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아파트 화재(부산일보 6월 25일 자 1면 보도)로 두 자녀를 잃은 유가족에게 성금 등 지역사회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부산시가 운영하는 긴급 복지 제도는 이들에게 지원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가구의 계좌 잔액이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인데,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인 이들에게 통장 잔액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부산 부산진구의회에 따르면 개금동 화재 유가족들은 ‘부산형 긴급복지지원’ 제도의 지원을 신청하지 못했다. 유가족이 금융 재산 등 지원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부산형 긴급복지지원이란 중위소득이 85% 이하이고 화재 등으로 거주지에서 생활이 어려운 가구에 부산시가 2인 가구 기준 1회 약 120만 원, 최대 3회에 걸쳐 약 36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긴급 생계비 지원을 목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1년 10월 도입됐다.
개금동 화재 유가족은 화재로 집을 잃고 경제 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산형 긴급복지지원 제도의 지원 취지에 부합한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금융재산 탓에 긴급복지지원 제도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긴급복지지원 제도는 금융재산 1000만 원 이하인 가구만 신청이 가능하다. 금융재산은 긴급복지지원이 꼭 필요한 위기 가구에 이뤄지도록 세운 기준이지만 오히려 이번 사고 유가족처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턱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유족이 주민센터를 통해 생활고 지원을 신청했고 사고로 숨진 자녀들은 기초생활수급 지원 중 교육급여 대상자로 선정돼 교육청에서 지원금을 받은 만큼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갚아야 하는 채무가 있는 경우 실질적인 자산은 이보다 적고, 피해 복구 등으로 목돈이 나가는 현실에서 금융재산 기준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화재 발생 전 ‘투잡’을 뛰며 생계를 유지했지만 화재 이후 이렇다 할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상황도 이런 금융자산 기준에는 고려되지 않는다.
유가족은 부산진구청으로부터 희망복지안전망 생계지원금 100만 원을 받는데, 부산진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통장 잔고만이 아니라 신청자가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원을 결정했다.
부산진구의회 안수만 의원은 “통장 잔고로 평가하는 금융재산 기준은 긴급복지제도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위기 가구를 제도 밖으로 밀어내고 복지 사각지대를 넓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형 긴급복지지원제도의 금융재산 기준액은 정부형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해 책정했다”며 “지원 대상을 임의로 늘리면 위기 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어 금융재산 기준액 완화 등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개금동 화재 유가족 지원을 위해 모인 민간 성금과 각종 지원금은 1765만 원이다. 이 가운데 행정복지센터와 구청으로 모인 민간 후원금은 455만 원, 구청 직원들의 성금은 200만 원, 부산진구 희망복지안정망 생계지원금은 1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