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7-30 17:33:22
8월 1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워싱턴에서 최종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대미 투자 규모 등을 놓고 막판 진통을 보이고 있다.
30일 외신과 대통령실, 외교 소식통 등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종료를 이틀 남긴 상황에서 ‘최종 협상안’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긴급 면담까지 진행했지만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으로선 25% 관세가 부과되는 8월 1일 전에 협상을 끝내려면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이번 협상의 최대 관건은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협상 초기 ‘1000억 달러(약 138조 원)+α’ 대미 투자를 제시했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투자 규모를 ‘2000억달러(약 276조 원)' 이상으로 올렸음에도 미국은 줄곧 4000억 달러(약 552조 원) 투자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한 이견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협상 타결이나 결렬이냐를 가늠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십조 규모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협상의 칼자루를 쥔 미국은 ‘최선의 협상안’을 내놓으라며 한국에 대해 여론전 통한 압박전을 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에서 워싱턴DC로 돌아와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내일 끝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세는 내일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협상 전체에 대한 언급인지, 한국을 특정한 것인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바로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한국 당국자에게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는데, 한국에 사실상 추가 양보를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이 수십조 원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나 농·축산물 일부 개방 등 한국 측의 카드에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읽힌다.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시점과 맞물려 국내 재계 총수들의 잇단 미국행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대미 투자 규모 간극을 줄이기 위한 첨병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0일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막바지 관세 협상과 관련,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한미 간에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패키지를 짜서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최선의 최종안' 등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서는 “협상 상대방은 항상 그렇게 얘기할 것”이라며 "당연히 협상에서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불안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협상 상황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관심을 갖는) 조선 분야는 훨씬 더 심도 있는 협의를 하고 있다"며 "조선이 아닌 다른 분야도 대한민국이 기여할 부분이 많기에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협상 카드로 내놓은 대미 투자 규모와 관련해서는 "논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빠질 수도,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규모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김 실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최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방미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요청한 것은 아니고, 기업집단들에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