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10-15 16:27:24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였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재판 개입 시도를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 앞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 안건은 재석 17명 중 10명이 찬성하면서 통과됐다.
민주당이 요구한 서류는 지난 3월 26일부터 5월 1일 사이 전원합의체 재판관의 기록 접근 이력과 재판연구관의 검토·보고 관련 기록이다. 민주당 측은 기록 검토가 미진한 상태에서 재판부가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함으로써 대선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반헌법적인 개입”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민주당이 요구한 ‘서류 제출 목록’을 일일이 언급하며 “형식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서류로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이 대통령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사건은 재판이 중지돼 있지만 엄연히 진행 중인 사건”이라며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감사장에서 서류를 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아무리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를 열심히 하려고 해도 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이 재판은 파기환송돼 서울고등법원에 가 있다.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를 보면 진행 중인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 선출된 권력이라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그럼에도 재판에 관여하려고 하는 이유는 딱 하나”라며 “이 대통령을 끝내 무죄로 만들고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고 탄핵시켜 민주당 마음에 맞는 사법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서류 제출 요구가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추 법사위원장은 “서류제출 요구 목록을 보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재판, 심리 내용에 관여하는 게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전원합의체에서 과연 7만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제대로 읽었는지, 전산 기록으로 된 것을 제대로 봤는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것도 요구하지 않으려면 뭐하러 법사위에 있나. 아직도 윤석열, 김건희를 보호하고 전원합의체가 사법 쿠데타 한 것을 옹호하려고 법사위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소위 ‘조희대 별동대 10명’과 관련해 어떤 재판연구관이 배정됐는지, 사건이 이첩된 3월 28일부터 이들이 기록을 제대로 검토했는지조차도 알 길이 없다”며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는지 여부를 법사위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의혹을 제기한 뒤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민주당은 최근 법원이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도 “법원의 내란 옹호”라며 사법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연이어 사법부를 겨냥하는 배경에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당시 관례에 따라 인사 뒤 퇴장하려고 했던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90분간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추궁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담하게도 한덕수씨에 이어 어제(1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법원의 내란 옹호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척결에 대한 법원의 반격인가. 이렇게 하면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높아지나. 조희대 대법원장님 대답 좀 해보시라”며 조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추 법사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선이 코앞이라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신속하게 했다는 (대법원 국회 서면) 답변은 사법의 정치화를 자인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 없었다’면서도 ‘대선 임박’을 내세운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의혹을 감싸기 위해 일선에서 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는 3000여 명의 판사를 볼모로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재판은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기에 법사위는 끝까지 그 경위를 밝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