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6-03-11 05:43:47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교통량이 감소한 가운데 10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항에 컨테이너선과 지반조사선 등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예상보다 조기에 끝날 것이란 낙관론이 부상하면서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종가 기준 10% 넘게 급락했다. 전날 장중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불과 하루 새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8달러로 전장보다 11% 급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45달러로 전장보다 11.9% 떨어졌다. 하루 낙폭은 2022년 3월 이후 가장 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119달러까지 올랐다가 같은 날 장중 배럴당 84달러까지 급락하며, 일간 기준 사상 최대 변동폭을 기록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식을 시사한 게 원유 수급이 정상화될 것이란 낙관론을 불러오며 국제유가를 끌어내렸다. 주요 7개국(G7)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란 기대도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에 힘을 보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BS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이 "마무리 수순(very complete)"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아주 곧"(very soon)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당연히 중동 문제를 이야기했고, 그는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 소식에 월가에선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한 제재 완화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높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석유 제재 완화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석유 시장 상황을 평가하고자 이날 오후 늦게 회원국 정부 간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국제유가 급등 상황과 관련해 전날 G7 재무장관들이 머리를 맞댄데 이은 후속 회의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IEA 회원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선물거래사 필립 노바의 프리얀카 사크데바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논의, 트럼프 대통령의 분쟁 완화 가능성 시사, G7의 전략 비축유 활용 가능성 등이 모두 원유가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에 계속 공급될 것이란 동일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가 단시간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인식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도 유가 하락 요인이 됐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 해군이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밝혔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라이트 장관의 엑스 글에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81달러로 저점을 낮췄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낙폭을 일부 반납했다.
한편 이란 전쟁으로 인한 석유시장 공급 충격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엑스에 "우리는 절대 휴전을 원치 않는다. 다시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이란을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침략자들이 교훈을 얻도록 그들의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미국이 아닌) 우리"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L(리터)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 재개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할수록 세계 석유 시장에 재앙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란 전쟁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이유로 올해 4분기(10~12월) 국제유가 전망을 브렌트유 배럴당 66달러, WTI 62달러로 종전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