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대한민국 잠수함 수출 ‘새역사’ 다시 쓸까?

60조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
독일 TKMS와 사활 건 수주전
빠른 납기, 검증된 기술·생산력
산학계와 ‘현지화 전략’ 승부수

생산유발 40조, 고용창출 2.4만
기업 간 경쟁 넘어 ‘국가대항전’
우리 정부도 수주 지원 총력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026-03-10 14:45:30

한화오션은 지난 7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 국립예술센터에서 ‘CPSP 파트너스 데이’를 열어 캐나다 방산 기업 5곳과 ‘산업 협력 합의’를 체결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지난 7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 국립예술센터에서 ‘CPSP 파트너스 데이’를 열어 캐나다 방산 기업 5곳과 ‘산업 협력 합의’를 체결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60조 원 규모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를 위해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캐나다 정부가 자국 조선·방산 기반 재건과 경제 활성화 등 절충교역을 프로젝트 핵심 가치로 내세우자, 현지 주요 방산기업은 물론 학계와 공동전선을 꾸리고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수주전 성패가 동남권 조선업 벨트 부활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캐나다 오타와 국립예술센터에서 ‘CPSP 파트너스 데이’를 열어 캐나다 방산 기업인 GTI, Ultra Maritime, AKA Energy Systems, J-Squared Technology, Safran Trusted 4D Canada와 ‘산업 협력 합의’를 체결했다. 핵심은 한화오션과 현지 기업, 그리고 LIG넥스원, KTE 등 한국 방산 협력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3자 협력(Tri-party) 모델’이다. 잠수함 핵심 체계를 공동 개발하고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유지·정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학계를 더한다. 한화오션은 이날 토론토·뉴브런즈윅·달하우지 등 캐나다 명문대 3곳과도 연구·교육 협력 MOU를 체결했다. 협력 분야는 인공지능(AI) 기반 해양 시스템, 지능형 자동화 기술, 수중 음향·스텔스 등 차세대 잠수함 핵심 기술 전반을 아우른다. 이는 단발성 수출이 아닌 캐나다 방산 생태계의 장기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게 한화오션 설명이다.

CPSP는 1998년 취역한 2400t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할 3000t급 최신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건조 비용만 20조 원, 향후 30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방산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오는 6월 최종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린 장영실함(장보고-Ⅲ, Batch-Ⅱ 1번 함) 진수식에서 공개된 함정의 모습. 3600t급 장영실함은 수중작전 지속 일수가 기존함보다 향상됐고,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이다. 연합뉴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린 장영실함(장보고-Ⅲ, Batch-Ⅱ 1번 함) 진수식에서 공개된 함정의 모습. 3600t급 장영실함은 수중작전 지속 일수가 기존함보다 향상됐고,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이다. 연합뉴스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초’ ‘최고’ ‘유일’의 기록을 모두 보유한 명가다. 잠수함 기술 원조 격인 독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1993년 국내 최초 전투 잠수함을 완성한 이후 최근까지 한국 해군 전투잠수함(장보고-I, II, III) 모든 선종을 건조했다. 2006년과 2017년, 2021년에는 각각 △해외 잠수함 창정비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 △세계 8번째 잠수함 원천기술 확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여기에 3000t급 이상 중형잠수함도 독자 개발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중형잠수함을 개발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뿐이다.

한화오션은 CPSP 모델로 현존 디젤 추진 잠수함 중 최상의 작전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장보고-III 배치-II’를 제안했다. 빠른 납기와 검증된 기술력 그리고 장기 산업 동맹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노후 잠수함 퇴역 전인 2032년 1번 함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4척 인도를 목표로 제시했다. TKMS는 2034년까지 최소 2척 인도를 제안했다. 실제 건조 경험과 역량도 한화오션이 월등하다. 장보고-III는 이미 진수까지 끝낸 실물인 반면, TKMS의 ‘212CD’는 설계도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모델이다.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하며 세계 방산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보이는 독일을 상대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한국의 잠수함 설계·건조·운용 기술을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조선 생태계에도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본함 건조와 후속 지원함을 고려할 때 향후 약 60년간 안정적 물량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조에 참여할 300여 중소 협력사는 글로벌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편입될 기회까지 잡을 수 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부산일보DB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부산일보DB

이를 통한 국내 생산유발효과는 40조 원, 일자리 창출은 2만 40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미 기업 간 경쟁을 넘어 한국과 독일 간 국가대항전으로 확대된 상황에 우리 정부도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1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앞세운 대통령 특사단이 국내 주요 기업인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자동차, 수소, 에너지, 인공지능(AI)을 망라한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했다.

산업통상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과 면담을 갖고 CPSP를 포함한 양국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4개월 사이 세 번째로 만난 두 장관은 CPSP가 양국 산업 협력을 더욱 폭넓고 깊이 있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와 고용 약속을 성실히 이행한 것처럼 잠수함 사업을 계기로 양국이 미래를 함께하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자”고 제안하며 “정부는 우리 기업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지정될 때까지 민관 역량을 모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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