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6-06-23 08:58:50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을 시작한 이후 빠르게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 따르면 이달 말 기준으로 매출은 약 12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HBM4는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차세대 HBM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HBM 판매 확대와 주요 고객사 대상 장기공급계약 전략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구글 등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주요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메모리 제품에 대한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회의에서 파운드리사업부는 첨단공정 수율 개선 및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계획과 주요 고객사 수주 확대 방안을, 시스템LSI사업부는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700’과 이미지 센서 사업 전략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AI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3년 만에 D램 시장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고 HBM 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1위를 탈환한 데 이어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 경쟁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삼성전자 제공.
특히 지난 8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HBM4E와 HBM5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단기적으로는 HBM4 공급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HBM5와 파운드리 사업 협력까지 확대해 AI반도체 생태계 내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 전 부회장의 설명이다.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HBM4 판매 확대와 장기공급계약 체결, 차세대 제품 선점 효과 등을 근거로 삼성전자 실적 개선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86조 7702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62조 4599억 원)보다 약 24조 원이상 많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1755.61%나 급증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며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수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증권이 목표가 61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도 59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HBM4 조기 양산과 빠른 매출 확대는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라며 “경쟁력을 이어간다면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확보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