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세상은 그를 천재,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렀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독선자로 여긴다. 분명한 건 그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 2011년 10월 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를 지지하던, 하지 않던 국내의 수많은 대중이 그를 추모했다. 그는 바로 애플의 상징, 스티브 잡스다.
그런 의미에서 21일 개봉된 대니 보일 감독의 ‘스티브 잡스’는 반가운 작품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소위 ‘애플빠’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마이클 패스벤더는 짧은 헤어스타일과 청바지를 입고 프레젠테이션 단상에 선 잡스의 모습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살려냈다. 세상을 떠난 그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지금까지 여러 영화가 잡스를 다양한 모습으로 잡아냈다. 이번 작품이 이전과 다른 큰 특징이 있다면 1984년 매킨토시 론칭, 1988년 넥스트 큐브 론칭 그리고 1998년 아이맥 론칭 등 3번의 프레젠테이션을 중심으로 잡스의 열정과 광기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이다. 어쩌면 잡스 인생의 한 부분을 포착한 것에 그친 것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영리하게도 이를 통해 잡스의 모든 것을 끄집어낸다.
연극의 3막을 보는 것 같은 구성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각각의 프레젠테이션 시작 전 40분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잡스를 비롯해 유일하게 잡스를 콘트롤 할 수 있는 조안나 호프만(케이트 윈슬렛), 동업자이자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세스 로건), 전 애플 CEO 존 스컬리(제프 다니엘스) 등은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단순한 대화를 넘어 토론과 설득, 독설 등이 이어지며, 엄청난 양의 말과 말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쾌감이 생각 이상으로 짜릿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고민과 열정, 광기와 독선 등 잡스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애플2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해 달라”는 워즈니악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나누는 다툼은 액션 대결 못지않은 긴장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유명 인사를 스크린에 불러들인 접근방식은 다소 위험했지만, 결과적으론 성공이다. 단, ‘애플빠’가 아니거나,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한눈팔지 말 것. 자칫 놓치기에 십상이다.
여기에 ‘아버지’ 잡스까지 적절히 녹여냈다. 딸을 부정하고, 거친 언사로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물론 잡스에게도 아픈 마음이다. 물론 결국에 가선 손을 내밀고, 마음을 어루만진다.
또 마이클 패스벤더는 내외적 모든 면에서 잡스를 살려냈다. 또 케이트 윈슬렛, 세스 로건 등 배우들 간의 호흡도 일품이다. 그랬기에 말과 말의 부딪힘이 더욱 맛있게 살아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잡스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관객이라면, 영화의 재미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UPI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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