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2025-07-28 17:53:02
‘캡틴의 향기’는 편안하면서 강렬했다. 지난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주말 3연전 마지막 날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8회말 2사 2, 3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롯데 캡틴 전준우의 방망이가 돌아간 순간 사직야구장은 함성으로 들끓었다. 전준우가 KIA 셋업맨 조상우의 5구째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친 것. 이 안타로 2루 주자 빅터 레이예스, 3루 주자 김동혁이 모두 홈을 밟았고, 팽팽했던 승부는 단번에 롯데로 기울었다.
전준우를 맞이하는 롯데 더그아웃 표정은 뜨거웠다. 더그아웃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야수 고승민은 전준우와 팔꿈치를 맞대는 세리머니를 했고,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던 투수 최준용도 포옹으로 캡틴을 맞았다. 이어 전준우에게 다가와 뜨거운 포옹을 하며 포효했던 윤동희의 세리머니는 선수들 사이에서 ‘캡틴’ 전준우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전준우는 내년이면 마흔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롯데의 중심 타자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주 키움 히어로즈와의 고척 주중 3연전에서는 11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11타수 7안타를 쳤다. 롯데가 올 시즌 최다인 5연승을 올린 27일 경기에서는 해결사 본능까지 보였다.
롯데는 27일 KIA전에서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전준우의 맹활약에 힘입어 5-3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KIA와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올 시즌 첫 5연승을 달렸다. 3위 롯데는 53승 3무 42패를 기록하며 2위 LG 트윈스(55승2무40패)와의 격차를 2경기로 좁혔다. 반면 KIA 타이거즈는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내세우고도 불펜진이 무너지며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 선발투수 나균안은 3회 실점을 제외하고는 KIA 타선을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6이닝 4안타 1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나균안 이후 필승조 홍민기와 최준용이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준용은 시즌 2승(3패)째를 챙겼다. 마무리투수 김원중은 9회초 1사 1루에서 김선빈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맞았지만 추가 실점하지 않아 시즌 27세이브째를 기록했다.
롯데는 이제 3위 이상을 넘보고 있다. 2위 LG 트윈스를 2경기 차로 바짝 쫓아가고 1위 한화 이글스도 5경기 차로 가시권에 뒀다. 공동 5위 팀과는 격차가 5.5경기까지 벌어졌다. ‘8년 만의 가을야구’가 점점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5연승의 신바람 속에 롯데는 이번 주중 3연전에 NC 다이노스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올 시즌 롯데는 ‘낙동강 더비’인 NC를 맞아 4승 4패로 팽팽하게 맞서 있다. 선발진 순서대로면 지난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시즌 10승을 달성한 박세웅을 시작으로 에이스 알렉 감보아, 터커 데이비슨 3명이 차례로 출격한다. 현재 롯데에서 나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선발 투수들이 줄줄이 등판하는 셈이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불펜 필승조가 호투를 이어가고 있어 선발진이 제 몫을 해 준다면 막강 타력을 앞세워 승리를 챙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