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4-12-24 09:54:14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노상원 수첩’ 내용 공개와 관련,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사살’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의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등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에 대해 수거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 “사실에 부합하느냐”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 질문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노 전 사령관의 거처에서 확보한 수첩에서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적시됐으며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대상’으로 지칭하고 판사 등 일부 대상자는 실명을 기재했다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이 공개되자 야당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수거 대상에 대해 사살까지 생각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부는 사살자 속에 포함돼 있었을 확률이 있다”고 답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살이라는 단어는 너무 끔찍하다”면서 “참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NLL에서 북 공격 유도를 외환죄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남북의 긴장을 스스로 고조시키는 행위를 많이 해왔고 정치적인 돌파를 위해서 국지전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우리 당에서 많이 문제 제기를 했었다”면서 “그런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사살 이런 단어도 있었다고 수사기관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대상이 누구든 국민의 기본권과 생명을 침해할 수 있는 엄청난 일이 준비됐다는 점을 국민들이 조금씩 알게 되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란, 외환은 형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처벌하는 범죄”라면서 “만약 유죄로 인정된다면 가장 중한 형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NLL 지역에서의 북의 도발과 관련된 메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오물풍선을 핑계로 한 북측과의 교전 행위를 그렸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 ‘내란은 아니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에 대한 반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해선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내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대해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내란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하는 것은 면책특권이 있지만 밖에 나가서 방송에 이야기한다든지 학자들, 법률가들은 신중하게 표현을 써야지 일방적으로 이렇게 (내란 표현을) 써서는 큰일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탄핵 가결은 우리가 수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내란이라는 용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