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 2024-12-24 18:28:55
소속 구단을 떠날 것 같았던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사령탑들이 대다수 자신의 팀으로 되돌아갔다. 한겨울 프로축구판을 달굴 것으로 보였던 감독들의 연쇄 이동이 결국 불발된 것이다.
올겨울만큼 선수들보다 감독 거취에 팬들의 이목이 많이 쏠린 시즌은 없었다.
도민구단 강원FC에서 구단 역대 최고인 K리그1 준우승의 성적을 내고 ‘올해의 감독상’까지 거머쥔 윤정환 감독의 재계약 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결국 지난 6일 강원이 정경호 수석코치와 감독 계약을 맺는다는 공식 발표가 났다.
윤정환 감독이 이끈 강원FC는 올 시즌 19승 7무 12패 승점 64를 기록하며 리그 2위까지 급상승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리그 우승팀 울산 HD와 리그 막판까지 정상을 다툴 정도로 공수 조직력이 막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에는 역시 시민구단인 수원FC를 K리그1 상위권에 올려 놓은 김은중 감독이 구단과 결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기에 지난 2년간 K리그1 최대 히트 상품인 ‘정효볼’의 주인공인 이정효 광주FC 감독도 내년엔 시민구단을 떠나 보다 ‘큰물’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내년 시즌 새 사령탑 선임을 놓고 각종 설이 난무했다.
김은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수원FC는 올 시즌 안데르손 올리베이라가 7득점 13도움을 올리며 팀의 5위 도약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광주FC는 이정효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사령탑 첫해였던 2022년 K리그2 정상에 올랐고, 2023시즌에는 K리그1 무대에서도 통하는 자신의 축구를 선보였다. 그는 ‘이정효표 공격 축구’로 정규시즌 3위라는 구단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하며 관중석을 뜨겁게 달궜다. 올 시즌 광주는 비록 9위로 추락했지만 이정효 감독의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윤 감독과 이 감독은 ‘거함’ 전북 현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로 두 감독이 직간접적으로 전북 측과 접촉한 건 사실이다. 여기에 1년 만의 승격을 노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차기 감독 후보로 김 감독과 이 감독도 함께 거론됐다.
최근 수년간 K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이들 세 지도자가 복수 구단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면서 ‘연쇄 이동’이 일어날 여지도 많아 보였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 ‘친정’으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23일 수원FC는 김 감독과 2026년까지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 및 코치진의 계약 관련 협상에 난항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연봉 부분에서 적잖은 입장 차가 있었다.
하지만 전격 합의에 성공하며 김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수원FC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 감독은 “팬들의 응원과 선수들을 생각해 팀에 남기로 했다”면서 “구단의 화합과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내년에 그대로 광주를 이끌게 됐다. 광주는 이 감독과 2025시즌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고 24일 밝혔다.
광주 구단은 "이 감독 거취 관련 루머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고, 다가오는 2025시즌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이 감독의 광주 동행이 확정되면서 지역 팬들은 내년에도 화끈한 ‘정효볼’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윤정환 감독도 인천행이 확정됐다.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이 그를 제13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강원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도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절치부심하며 내년 시즌 인천의 K리그1 승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천은 올 시즌 9승 12무 17패 승점 39를 기록하며 리그 꼴찌에 머물러 K리그2로 강등됐다.
한편 '난파선'으로 전락한 전북 현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를 지휘했던 거스 포옛 감독에게 '거함' 재건의 중책을 맡겼다.
전북은 "팀의 재도약과 새 시대를 함께 할 파트너로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거스 포옛을 최종 낙점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우루과이 출신의 포옛 감독은 EPL 첼시FC와 토트넘에서 선수로 뛰었으며 이후 리즈 유나이티드(수석코치)와 토트넘 홋스퍼(수석코치)에서 코치로 지도 경력을 쌓았다. 이후 브라이턴(잉글랜드 2부)에서 감독직을 시작한 포옛 감독은 선덜랜드(EPL) 등 잉글랜드를 비롯해 AEK 아테네(그리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보르도(프랑스) 등 다양한 리그와 클럽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최근에는 그리스 국가대표팀(2022~2024년)을 이끌었다.
이름값과 경력에서 K리그 역대 최고 수준의 외국인 사령탑이라 할 만하다. 발레리 니폼니시(부천·현 제주 유나이티드), 세뇰 귀네슈(FC서울) 감독에 비견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전북은 포옛 감독이 유럽에서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로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원활하게 소통해온 점을 높게 샀다. 포옛 감독은 선수 시절 해외 리그에서 언어와 문화 차이를 스스로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지도자로서도 시련을 겪으며 한 단계씩 성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오가면서 유럽 빅리그 클럽을 꾸준히 지휘했고, 그리스 대표팀에서는 약체로 분류되던 팀을 유로 2024(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