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강말금 “사투리 연기, 내게 모국어와 다름 없어요”

스크린 개봉 ‘로비’서 맛깔 연기
비리로 똘똘 뭉친 ‘조 장관’ 역
하정우와 감독·배우로 호흡
“최고보단 최선 다하고 싶어”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5-04-08 10:50:14

배우 강말금이 영화 ‘로비’로 극장 관객을 만나고 있다. 쇼박스 제공 배우 강말금이 영화 ‘로비’로 극장 관객을 만나고 있다. 쇼박스 제공

“제게 사투리 연기는 모국어를 쓰는 거라 봐야죠.”

배우 강말금이 영화 ‘로비’에서 연기한 ‘조 장관’의 가장 큰 특징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다. 그가 자신한 ‘사투리 연기’는 사실 연기가 아닌 그의 뿌리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강말금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충무로 실력 있는 연기자로 이름을 굳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말금은 “이번 작품에서 ‘조 장관’ 캐릭터에 부산 사투리를 입히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2일 개봉한 이 영화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이 4조 원짜리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로비 골프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강말금은 국책 사업 결정권을 쥔 조 장관을 연기했다. 청렴결백과는 거리가 먼 ‘비리 장관’이다. 강말금은 이 작품에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특유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환기한다. 작품의 ‘중심’과 ‘감초’ 역할을 동시에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말금은 “시나리오를 보고 ‘아 이건 사투리로 해야 하는데’란 감이 왔다”며 “그래서 하정우 감독에게 제안했고, 감독님이 받아 들여준 덕분에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하정우가 직접 주인공 창욱을 연기했다. 강말금은 하정우와 감독, 배우로 모두 호흡을 맞춘 셈이다. 그는 “하정우 감독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감탄했다”며 “지난 2년 동안 하정우 감독에게 사랑과 에너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독님이 아무래도 연기를 하는 분이라 배우들이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다는 걸 너무 잘 아시는 것 같다”고 했다. “액션이 은근히 많았거든요. 배우들이 버틸 수 있나 싶은 정도로 종일 찍을 때도 있었어요. 어느 날은 폭우가 와서 온몸이 젖은 채로 현장을 수습하는데, 그럴 때도 팀 분위기가 좋았어요. 하정우 감독의 애정 속에서 연기한 덕분인 것 같아요.”

영화 ‘로비’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로비’ 스틸컷. 쇼박스 제공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강말금은 지난 2020년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 작품으로 부일영화상과 청룡영화상, 디렉터스 컷 어워즈 등 신인여우상을 휩쓸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나이 마흔 한살이였다. 이후 영화 ‘행복의 나라’ ‘말할 수 없는 비밀’, 드라마 ‘서른, 아홉’ ‘나쁜 엄마’ ‘신성한, 이혼’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부산 여관 주인으로 등장해 강렬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말금은 부산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서른 살에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배우는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며 “‘최고보단 최선을’이란 말이 있는데, 바로 그 말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봤다. 강말금은 “정답도 없고, 꽃이 필지 열매를 맺을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다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예전엔 100점을 못 맞으면 괴로워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최고보단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100점을 맞아야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요. 세상이 초대해준 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제 체력을 지키면서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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