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05-18 17:28:40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권 전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금융권과 관련한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꺼내들자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고,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금융사들은 벌써부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기능을 분리해 금융감독 전담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고, 금융 정책은 기획재정부로 넘기자는 구상이다. 현실이 될 경우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금융당국이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긴장하고 있다. 기재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금융당국도 이를 피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애초에 기재부 외청에서 출발한 조직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빼는 대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감원의 경우 조직을 두 개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사에 대한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나누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감독 기능은 완전히 금감원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개편안은 현재로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말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만큼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현재 지지율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사들도 조직 개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미 물밑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이 폐지되거나 분리될 경우 어떤 감독 기준과 방향성을 갖게 될지에 따라 금융사의 대응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라며 “실현될 경우 당분간 여러 가지 면에서 각종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사들의 부담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요 대선 후보의 금융 공약이 하나 둘 공개되며 벌써부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소상공인과 청년 지원에 있어 금융사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저금리 대환대출과 수수료 부담 경감을 약속했다. 특히 대출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대환대출을 활성화하고 중도상환수수료도 단계적으로 감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가산금리 산정 시에는 법적 비용의 금융소비자 부당 전가 방지로 원리금 상환 부담도 경감한다는 방침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업인에 대한 생계방패 특별융자 등을 제시했다. 또 대학생 생활비 대출을 확대하고 청년 재직자의 도약장려금·도약계좌·저축공제 가입연령 상한을 높이기로 했다. 서민·소상공인전문은행을 설립해 신용보증재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분산된 서민금융 기능도 통합할 계획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청년층 정책금융상품인 든든출발자금을 앞세웠다. 만 19~34세 청년이 최대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연 1.7% 고정금리로 대출 가능한 상품이다.
특히 금융권은 대선 때마다 여야 대선 후보 캠프 등에 금융산업 성장을 위한 각종 제언을 해왔지만 올해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금융권에 부담을 요구하는 ‘상생금융’을 외치다 보니 괜히 나섰다 밉상으로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만큼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대출 원리금을 탕감하고 추가로 지원하라는 등의 요구는 큰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민간 금융사에 대한 과도한 출연금 요구 등은 안정성과 수익성에 문제를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사가 적극 소통 후에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이미 지난 3년간 막대한 상생금융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새롭게 시작된 ‘상생금융 시즌2’ 계획에 따라 금융권은 3년 동안 총 2조 1000억 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이미 연간 약 25만 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약 14조 원에 대한 금융 혜택을 받고 있다. 2023년에도 소상공인에게 이자를 환급해주는 2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 시즌1’을 시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