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5-23 08:00:00
인공지능(AI) 앱을 사용해 타인의 얼굴 등을 손쉽게 조작하게 되면서 이른바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범죄가 10대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린다.
사이버 성범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성교육 예방을 더 강화하는 한편 10대를 이들 범죄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24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텔레그램 대화방 3곳에서 연예인과 일반인 등의 젊은 여성의 얼굴을 나체사진과 합성한 사진·영상물 4000여 개를 제작·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500여 개 성적 허위 영상물을 직접 제작하고 공유한 대화방 개설자는 10대에 불과한 고등학생으로 드러났다. 공범 중에서도 40대 2명을 제외하곤 모두 10~20대였다.
경찰은 주범 격인 고등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발부하는 이례적인 조치가 이어졌다.
이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이 온라인으로 대화만 나눴다. 따로 영상을 판매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범행은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시중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사진·영상편집 앱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성적 호기심에, 재밌어서 장난으로 만들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의 경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10대 사이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급증세다.
경찰청은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7개월간 ‘허위영상물 범죄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검거 인원이 267명에서 963명으로 폭증했다.
피의자 연령별로는 △10대 669명(촉법소년 72명) △20대 228명 △30대 51명 △40대 11명 △50대 이상 4명이다. 10~20대만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수치는 AI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특별한 관련 지식이 없는 학생 등도 수월하게 딥페이크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반증이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호기심과 재미를 이유로 아무런 경계심이나 죄의식 없이 딥페이크 성범죄가 성행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들도 10~20대가 주를 이룬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딥페이크 관련 피해자 총 1만 305명 중 10대가 2863명으로 27.8%, 20대가 5242명으로 50.9%다.
경남청의 사례처럼 수사기관에서 나이가 어린 학생에 전과가 없어도 구속수사할 만큼 엄정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경찰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다음 달부터 위장 수사가 가능해진 만큼 텔레그램 대화방 잠입 수사를 확대한다. 지난해 개발된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도 더욱 고도화해 현장에서 활용할 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딥페이크를 제작·구입·소지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시청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이 때문에 당장 10대 청소년에게 전과자의 굴레가 쓰이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명대 정보보호학과 신원 교수는 “신기술에는 부작용도 동반되기에 디지털 윤리 교육이 더 폭 넓게 이뤄져야 한다”며 “요즘 10대들이 AI 기술에 많이 노출돼 있어 학교를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