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능”… 홍콩·미국은 제도화 박차

이창용 총재, 29일 기자 간담회서 긍정적 입장 밝혀
“다만 비은행기관 마음대로 발행하는 것 반대” 의견
홍콩, 관련 법안 통과시키고 발행 라이선스 의무화
밴스 미국 부통령 “스테이블코인, 국가 경쟁력 기여”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2025-05-30 09:29:2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공약을 내건 상황 속에 한국은행도 처음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미국과 홍콩 등 전 세계 주요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정식 금융시스템 내에 편입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직접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의 대체재로 작용할 수 있어 비은행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게 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이어 “화폐 성격을 갖는 스테이블코인에 문제가 발생하면 지급결제 시스템 전반의 신뢰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발행은 은행권과 같은 감독 가능한 영역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도 이 같은 정책 방향의 일환이며, 여기서 발행되는 예금토큰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형태라는 설명이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미국 달러 등 실물자산에 연동돼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높은 가격 변동성을 지닌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디지털 결제와 송금, 탈중앙화 금융(DeFi)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달러 고정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유출입 통로로 주목받으며 각국 금융당국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콩은 지난 21일 입법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정통화에 연동된 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발행이나 마케팅을 위해선 홍콩통화청(HKMA)의 라이선스를 의무화했다. 발행사는 유통 규모 이상의 준비자산을 확보하고, 투자자 상환 요청에 즉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에디 유 홍콩통화청 총재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규제를 통해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지속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공화당 주도로 ‘지니어스법’이라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추진 중이다. 이 법은 발행 자격과 준비금 요건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상원을 통과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밈 코인 사업’과 관련된 이해충돌 논란으로 하원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28일 열린 ‘비트코인 2025’ 행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경제력 확대에 기여하는 수단”이라며 법제화를 적극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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