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 2025-06-11 17:23:59
이재명 대통령이 부울경 북극항로 거점 항만 구축 공약을 강조하는 가운데 북극 주변 국가 협력과 부산항 친환경 연료 공급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항만공사(BPA)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극지연구소(KOPRI),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지난 10일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BPEX)에서 공동 개최한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은 이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한 공공기관들의 정책 수립 공론장이라는 측면과 함께, 해운·항만업계 등 각계 여론을 수렴하는 장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초 마련한 좌석 80여 석이 부족해 가져온 추가 좌석 50석도 모자라 뒷자리에 서서 듣는 청중이 많았을 정도로 시민 관심이 높았다.
주제발표를 한 KMI 김엄지 극지전략연구실장은 포럼 주제인 ‘친환경’에 의미를 뒀다. 김 실장은 “기존 북극항로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친환경’과 ‘책임 있는 북극 이용’을 무기로 북극권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때, 이미 상당한 운항 경험을 쌓고 주변국과의 협력 영역을 넓히는 중국과 우리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원 영산대 교수(북극물류연구소장)도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북극해 해안선의 53%를 영해로 보유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우리 관점이 아니라 북극 천연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를 판매할 수송로로 북극을 활용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수요에 부응하면서 우리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북극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호 폴라리스쉬핑 신사업개발팀장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팀장은 “북유럽과 미국 등 북극이사회 회원국과의 공동 연구나 시험 운항 등 협력 사업을 다층적으로 해야 하지만, 러시아와의 협력은 북극항로 활용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 통과에 허가제를 도입해 항해 시기와 해운 활동을 제한하고 있어 정기 운항 일정 수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이 팀장은 그 사례로 들었다.
인프라 확충의 시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근섭 KMI 항만연구본부장은 “북극항로 거점 항구를 지금 당장 구축하는 데 나선다 해도 실제 부두가 가동되는 데까지는 빨라야 15년이 걸린다”며 “연료 수리 선용품 등 기항하는 선박에 제공할 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데 그 중에서도 친환경 연료 벙커링 단지가 가장 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신항에 계획된 벙커링과 수리조선 단지가 모두 민자 사업인데,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공공 부문의 선제적 투자가 필수”라며 “BPA가 직접 LNG 벙커링 선박을 발주해 운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선 조선 부문에 대한 현실과 전략 점검도 이뤄졌는데, 최중효 한화오션 제품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선 제조 기술을 가진 핀란드와 경쟁하기 위해 바이어들에게 3가지 기술적 차별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 차별점은 △쇄빙선인데도 일반적인 바다 운항에도 아무 차이가 없다는 점 △ LNG·암모니아·수소 등 계속 발전하는 친환경 연료를 쇄빙선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 △극지 안전 운항을 보조할 수 있는 첨단 운항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