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5-06-13 14:30:20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전격적으로 폭격함으로써 하마스와의 전쟁 등 오래 동안 전황에 이어지던 중동에 전례없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해 핵시설을 공습하는 것은 ‘레드라인’으로 간주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공습으로 이란 군 참모총장이 사망하고 민간인도 다수가 사망하거나 부상하면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태가 통제불능에 빠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과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등 표적 수십 곳에 선제타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핵시설 공격과 더불어 페레이둔 압바시, 모하마드 테헤란치 등 핵 과학자들도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란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공습으로 사망했고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도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군 1인자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시온주의자 적의 침략에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보복 방침을 천명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이 과격한 공격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관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잔혹행위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행동에 바이든 전 정권보다 훨씬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미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지는 않겠다고 말하는 등 방관적 태도를 내비쳐왔다. 이는 이스라엘 공격을 말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시설을 둘러싸고 교착에 빠졌다.
미국은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자국 내에 새로운 농축시설을 추가로 건립하겠다며 정면으로 저항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란은 자국 내 지지층뿐만 아니라 역내 추종세력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이란의 군사력은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크게 약화했다. 이란은 작년 4월 14일과 10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강행했다가 번번이 보복당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혹한 응징을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어떤 수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